어느새 개혁 진보 세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촛불이 지난 주말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강압 수사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아 온, 우리 호남 사람들의 마음도 그곳에 함께 있었을 것이다. 이는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런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태에 있어,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처럼, 겉으로 단순화·명확화된 주장 속에는 많은 것들이 감춰져 있다. 여기 검찰의 개혁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검찰의 지난 악습들, 강압수사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사전에 사실상 범죄자로 만들어 버렸던 행위에 분노하고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마땅하고 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그 개혁이, 조국 장관 수사 중단 요청으로 어떻게 연결 되는지는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히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자녀의 부정입시 의혹과 사모펀드 불법 투자를 묵인해야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전에 컴퓨터를 반출해서 차량 트렁크에 숨겨놓고,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표창장 관련 입을 맞추려는 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는 검찰을 원하면서 정작 장관의 의혹에는 입 다물고 있길 바란다면 이는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겠냐’ 고 되묻는 비루한 변명은, 한국당 단골 멘트이지 우리 호남의 문장이 아니다. 장관으로서 수사개입 안 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하고도 뒤로 몰래 검사한테 전화하는 행위, 이것도 호남 정서가 아니다. 조국 하나 때문에, 그동안 동학정신·광주정신으로 대표되던 호남의 정의로움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위선자’ 에게 속은 책임을 왜 호남이 대신 떠안아야 하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검찰개혁에는 찬성하지만, 조국을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판단이다. 특히 거짓말과 위선으로 얼룩진 장관이라면, 불법 여부를 떠나 반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마치 조국을 반대하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이고, 나아가 한국당 지지자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비열하고 저열한 행위이다.
혼란이 생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원칙은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각료회의에 가던 중, 과속으로 교통범칙금을 부과 받았다. 당시 경찰관은 수상임을 알면서도 법에 따라 범칙금을 부과하였고, 처칠은 이 경찰관의 행동을 높이사 승진 시키고자 하였으나 이 역시 규정이 없다며 거절된다. 이것이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사회다. 우리도 이래야 한다. 검찰개혁은 ‘절대반지’가 아니다. 옳은 주장을 한다고 해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죄가 있다면, 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고 이치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세운 검찰 총장의 수사가 그리 걱정된다면, 지금이라도 특검을 하면 된다.
검찰 개혁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조국이 구속되면 검찰개혁이 무산된다는 것은 헛소리다. 다른 깨끗한 사람, 정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검찰개혁 앞장서면 된다. 그때가 되면 대안정치연대부터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조국 하나 없다고, 나라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원칙이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린다. 우리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조국 역시 그렇다.
/유성엽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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