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을 길러야합니다.”
온라인 수학 콘텐츠업체 이쿠얼키㈜ 조봉한(56·김제·사진) 대표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가 잘 하는 영역에서 인간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나아가 직접 설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게 ‘수학’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기르는데 완벽한 학문이 수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초·중·고 12년 동안 수학을 배웠음에도 그 같은 능력이 길러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이 너무 잘못됐다”고 했다.
현재는 공식 암기와 반복 풀이를 통한 요령 배우기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국내 1세대 인공지능 연구자였던 그는 이 같은 수학 교육의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을 내걸고 ‘깨봉수학’을 만들었다고 했다. ‘깨봉’은 ‘깨우치다’의 ‘깨’와 조봉한의 이름 ‘봉’을 합쳤다.
조 대표를 만나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과 능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 국내 인공지능 1세대 연구자로도 불리는데,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혁명입니다. 사람의 고유 영역이라 자부하던 지적·창의적 활동까지 기계,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얼 의미할까요. 위험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일은 로봇이 대신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 인터넷에 쌓인 수많은 창작물을 학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일,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이제 인공지능이 거뜬히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그럼 사람은 무얼 해야 할까요. 당연히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을 길러야겠죠.”
-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이란 게 어떤 것입니까.
“천재들의 공통된 특징을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보입니다. 천재들은 무시-변화-관계라는 세 가지 핵심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무시는 어떤 문제나 대상을 볼 때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에요. 다른 말로는 추상화라고도 하죠. 변화는 사물이나 자연 등 어떤 대상의 변화를 관찰해 변화의 요인과 패턴을 찾아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고, 관계는 파편화된 정보와 지식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 천재가 아닌 일반인도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인공지능은 한꺼풀 벗기면 다 수학입니다. 수학은 앞서 언급했던 무시-변화-관계의 능력을 기르는데 완벽한 학문이고요.
수학은 그 자체가 이미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으로, 수의 변화와 패턴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열, 미적분이란 분야가 있죠. 또한 수, 원리와 개념들 사이의 관계가 명확해 이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집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무시-변화-관계의 능력을 수학을 통해 길러야 합니다.”
-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을 표방하며 깨봉수학을 만들었는데, ‘깨봉수학’ 어떤 것입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수학, 원리와 개념을 완전히 꿰뚫어서 공식이나 요령 없이도 어렵고 새로운 문제를 쉽고 아는 것으로 풀 수 있게 하는 수학입니다.
제가 IT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낀 점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너무나 중요한 컴퓨팅 사고력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길러질지를 오래 고민해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죠.”
- 깨봉수학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딸이 초등 3학년 때였어요. 미국에서 AI 연구원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금융권에 스카우트되어 귀국한 시기였죠. 어느 날 딸의 학교 성적표를 봤는데 의외로 수학을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사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 수학을 배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리나 개념을 이해할 기회나 시간조차 없이 무작정 주입식으로 외우다보니 재미가 없었던거에요. 충격이었죠.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면서 모든 게 수학, 특히 컴퓨팅 사고력과 깊이 연결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는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에 아무 쓸모없는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죠. 그래서 우선은 딸의 수학부터 바꿔주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까.
“저는 운 좋게도 요즘 말하는 수학머리가 좋았습니다. 숫자나 수학 기호, 부호를 보면 이미지가 자동으로 떠올랐어요. 덕분에 수학이 제일 쉬웠죠.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할 필요가 없었어요.
이런 능력을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를 가르치기 위한 일종의 애니메이션 교재를 만들었어요. 그동안 살면서 제 몸에 체화됐던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했죠. 이렇게 하나하나 이미지로 그려주고 이야기도 붙이면서 놀이하듯 가르치니 아이들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수학을 즐기기 시작하는 거죠. 차원이 다른 배움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겁니다.
그 이후로 약 10년간 3000여 개가 넘는 수학 개념과 원리를, 제가 이해하고 깨우친 방식을 토대로 수학의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전달하는 깨봉을 만들었습니다.”
- 콘텐츠 개발 당시 염두에 둔 연령대가 있었습니까.
“사실 처음 오픈할 때는 나이가 어릴수록 깨봉을 하기에 좋다고 커뮤니케이션 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중·고생이나 대학생, 성인들도 깨봉에 관심을 보이고 학습을 하시더라고요. 깨봉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초등 저학년이 약 50%이고, 초등 고학년과 중·고생, 대학생, 성인이 나머지 50%입니다. 초등학생은 지금의 교과 수학이 너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 학부모가 먼저 선택해주셨습니다.”
-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작년부터 깨봉수학 유튜브 채널이 급격히 성장해 지금은 16만 구독자가 넘습니다. 특히 이공계 교수님들이나 수학 교사 분들이 정말 극찬을 많이 해주세요. 당장 교육부에 진정을 넣어야 한다며 흥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수학을 재미있게 즐기며 배움으로써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길러준다는 점이 어필되는 것 같아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였던 아이가 깨봉을 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생각의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는 후기를 많이 보내주십니다. 가장 많은 댓글이 ‘나도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 갔을 텐데’입니다.”
- 다소 늦은 50의 나이에 창업을 했습니다. 주위의 반대도 컸을 텐데.
“처음엔 주변에서 난리가 났었죠. ‘아니 누구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임원을, 그것도 30대에 들어가서 능력 인정받고 고액 연봉으로 승승장구하는 삶을 왜 내려놓으려 하느냐. 사업이 얼마나 험난하고 거친 영역인줄 아느냐’ 등등 모두 반대했어요. 그 때 유일하게 저를 믿고 응원해준 것이 가족입니다.”
- 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 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큰 게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었죠. 가족들이 응원해 준 것도 교육 혁명의 필요성에 대해 제가 가진 진정성,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지금도 변함은 없습니다.
창업을 결심했던 시기는 만 50세가 되던 해로, 시간을 더 지체하면 힘이 떨어져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당시 계약 기간(3년)이 남아있던터라 삼성에 패널티를 물고 나왔죠.”
- 국내 수학 교육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현재의 교과 과정은 수학의 특성이나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시한 채 공급자 마인드로 구성돼 있죠. 그러니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합니다.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죠.
기계처럼 문제 유형별로 공식, 요령을 아무리 외워봐야 문제유형이 바뀌거나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거기에 필요한 공식, 요령을 또 외워야하니 어렵고 지루한 거죠. 게다가 이렇게 수학을 배우면 실제 필요한 관련 학문이나 산업, 심지어는 실생활에서 조차도 써먹지를 못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능이에요. 변별력이라는 미명 하에 기계적 연산문제를 이리저리 꼬아서 내다보니 정답만 맞히면 된다는 생각에 필요한 공식과 요령만 죽어라 외우고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 풉니다. 이렇게 해서 대학에 입학해도 12년간 배운 수학을 써먹지 못해요. 써먹도록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게 무슨 짓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 공교육에서 깨봉수학의 학습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잘 아시겠지만, 교과 과정에 엮여있는 권위·권력·이권 등이 엄청나잖아요. 일종의 카르텔처럼 아주 견고합니다. 비근한 예로 교육부에서 교과 과정을 입찰로 진행하는데 기업의 참여 조건 자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기업은 아예 접근이 불가할 정도로 진입장벽을 높게 만들어요. 이게 무얼 의미할까요. 바꾸지 않겠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공고히 다진 교과 과정을 권력의 축으로 삼고, 그것이 영원한 정답인양 군림하고 있는 게 현재 공교육의 실체라 봅니다. 교육 당국, 대학 등 소위 교육 권력을 틀어쥔 곳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IT는 미래가 없어요.”
- 창업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사업 초기부터 생각한 최종 목표는 게임하듯 즐기는 수학입니다. 지금 운영 중인 서비스에도 게임수학이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제 역량의 90%를 학습 콘텐츠의 완성에 쏟아왔는데, 하반기부터는 제 전공분야인 인공지능의 고도화를 완성하고, 논의 중인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 지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진정한 에듀테인먼트가 적용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 조 대표께서 깨봉수학을 통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사람만이 가진 즐거움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배움에서 나오고, 또 하나는 나눔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2가지를 교육시키는 게 최고의 선으로, 이것이 깨봉의 모토입니다.
그리고 수학은 인문학의 경지와 똑같아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는 지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에 대한 배움, 이것이 최고의 배움으로, ‘배움이라는 경험을 즐겁고 새롭게 만들어주자’는 게 깨봉의 미션이죠.
앞으로 2025년까지 배움의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깨봉월드 회원을 1억 7000만 명으로 만드는 게 비전입니다. 이 숫자는 전 세계의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 배움 대상인 17억 명의 10%이죠.”
(회사 이름 ‘이쿠얼키’는 누구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Equal Opportunity)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열쇠(Key to Success)를 갖게 하자는 의미이다.)
- 전북지역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래를 살아갈 전북의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들이 길러야할 진짜 능력은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가져야할 고유한 능력, 즉 문제의 정의, 핵심 파악, 해법 찾기, 그리고 해석과 같은 것들입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컴퓨팅 사고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중의 핵심 능력이에요. 이를 키우는데 수학만큼 좋은 학문이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하세요. 수학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기계와 경쟁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될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나아가 직접 설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미래 인재가 될 지 결정된다고.”
△조봉한 대표는...
국내 인공지능 1세대 연구자·금융 IT 임원에서 교육 CEO 변신
50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온라인 수학 콘텐츠업체 창업
1965년 전북 김제 월촌면 출생. 국내 1세대 인공지능(AI) 연구자이자, 금융 IT 임원에서 교육 CEO로 변신한 인공지능 수학전문가이다.
김제 북중-전주 신흥고-서울대 계산통계학과(83학번)를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인공지능(AI)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라클과 필립스 멀티미디어센터에서 AI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1년 귀국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 금융 온라인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2004년 하나은행 임원으로 스카우트될 당시 나이가 39세여서 ‘30대 임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자타가 인정하는 금융권 최고의 IT 전문가였다.
이후 그는 삼성화재 부사장직을 맡던 2015년, 만 50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온라인 수학 콘텐츠업체 이쿠얼키를 창업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교육을 혁신하고 싶은 게 오랜 꿈이었다고 했다.
2018년 11월부터 ‘깨봉수학’이란 브랜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대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인 최초 싱가포르 DBS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DBS은행 사외이사로 추천될 당시, 1년 여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됐다고 했다.
1997년 제1회 세계로봇경연대회에서 축구하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1위를 차지했고, 벤처기업대상 특별상과 제11회 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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