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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기] 소중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

39.5도까지 오른 열 쉽게 떨어지지 않아…인후통 · 기침에 밤잠 설쳐
별도 치료약 없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약으로 치료…스스로 버텨내야

“코로나19 양성입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와 고향에서 만난 것이 확진 원인이었다. 친구는 지난달 17일 1차 백신을 맞은 상태였다. 친구는 당시 미열이 있다고 했지만, 백신 부작용이겠거니 하고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20일 밤 친구의 증상은 심해졌다. 열이 38도까지 올랐고, 인후통도 생겼다고 말했다. 곧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간 친구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이 검사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PCR(비인두도말)검사에서도 양성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들은 기자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혼자 걸려 아픈 것은 괜찮지만 20일 저녁, 가족과 외가 친척들이 모여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자도 밤부터 미열과 인후통이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전주 종합경기장 임시선별진료소로 향했다. 증세가 심하지 않아 냉방병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다음날 오전 11시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즉시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부모님은 물론 곧 결혼을 앞둔 형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회사에 확진 사실을 알릴 때도, 함께 저녁을 먹은 친척에게 연락을 할 때도 죄인이 된 마음으로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치료센터 1인실 모습.
생활치료센터 1인실 모습.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22일 저녁 10일 정도 사용할 수건과 옷, 세면도구 등을 담은 가방을 메고 전북 제3호 생활치료센터인 완주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입소를 하면 ‘생활치료센터’라는 어플을 설치해 매일 아침 8시와 저녁 8시 체온과 임상증상을 입력한다. 이 결과를 의료진들이 보고 방에 있는 내선전화로 증상을 확인하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증상은 입소한 날부터 계속해서 악화돼 갔다. 입소 첫날 38.5도였던 체온은 39.5도까지 오르며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치료약이 없었기에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약을 먹고 나면 열은 37도대로 떨어졌지만 밤만 되면 어김없이 열은 38도 이상으로 올랐다. 그 사이 인후통과 기침은 심해졌고 흉통과 근육통까지 더해져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오롯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든 해열진통제가 잘 들지 않자 이부프로펜 성분이 든 해열진통제로 다시 처방받았고 기침약을 먹으며 인후통과 싸웠다. 몸도 아팠지만 정신적인 고통도 컸다. ‘혹시나 가족이 확진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병세를 더 악화시키는 듯했다.

바깥 공기를 쐬고 싶었지만 현관문은 식사를 받을 때만 열 수 있었다. 베란다 창문도 한 뼘 정도만 열리도록 조치돼 있었다. 자유로운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지급되는 방역용품.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지급되는 방역용품.

그렇게 일주일 이상을 앓고 나니 열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매번 37도 이상을 표시하던 체온계는 일주일 만에 36도대를 표시했다. 기침은 있었지만 처음보다 잦아들었고, 흉통과 근육통 또한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줄었다. 그렇게 치료센터에서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지내다 지난 4일 비로소 퇴소할 수 있었다. 치료센터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맡으니 일상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게 됐다. 다행히 가족들도 자가격리 해제 전 코로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치료 기간 동안 의료진과는 전화로밖에 연락할 수 없었지만 환자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수시로 전화를 통해 몸 상태를 체크했고 약도 떨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했다.

코로나19를 쉽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케 하는 2주였다. 증상은 예상보다 더욱 강했고 심리적인 피해도 무시 못 할 정도였다. 코로나19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코로나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이다. 소중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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