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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멈추게 하는 방법

일러스트=정윤성
일러스트=정윤성

고독사가 늘고 있다.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맞는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도 안타깝다. 고독사는 그동안 주로 홀로 사는 노인가구의 문제로 인식됐다. 높은 노인빈곤율과 늘어나는 노년층 1인 가구 현실을 보자면 한국의 고독사가 여전히 노인의 문제로 인식되기 십상이지만, 놀랍게도 통계(보건복지부)가 보여주는 고독사는 40~50대 장년층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고독사는 이미 2014년에 천명을 넘어섰다. 그즈음에도 40대와 50대가 절반을 차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장년층의 고독사는 대부분 가족해체의 위기로부터 이어진 결과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서는 좀체 찾아볼 수 없는 특징적인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를 안았던 일본도 고독사는 여전히 노인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하니 고령화와 핵가족화의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다 해도 한국사회의 고독사 추세는 특별한 현상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2020년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덕분에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고독사 예방법’을 앞세워 고독사 위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고독사 위험 사례를 먼저 찾아 나서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고독사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복지 시스템만으로는 고독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목을 끄는 사례가 있다. 20여 년 전 일본 고베 시민들이 나섰던 '문 두드리기 운동'이다. 1995년 고베시 남서쪽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효고현 전체를 강타한 이 지진으로 도시는 주저앉았다. 6천4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9만여 명이 이재민으로 살아남았다. 그중에는 가족과 직장, 재산을 모두 잃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혼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충격과 상실감,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살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하자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이들이 찾아낸 답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었다. '‘옆집 문 두드리기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웃집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거는 이 운동으로 수많은 사람이 다시 힘을 얻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고독사를 들여다보면 그 바탕에는 '이웃에 대한 관심의 부재'가 놓여 있다. 어쩌면 이미 공동체 문화를 잃어버린 한국사회에서 이웃과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이웃과 소통하는 일처럼 쉬운 일도 없다. 그러니 고독사를 멈추게 하는 일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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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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