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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가 목표인 이상한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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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함께 활동하기 위해 모였지만 해체가 목표인 이상한(?) 밴드가 있다. 2018년 싱글 앨범 <동화처럼>을 내놓으면서 데뷔한 <밴드 이층버스>. 이층버스가 그동안 내놓은 앨범은 12, 대부분이 싱글 앨범이거나 미니 앨범이다.

이들은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지원하기 위해 모였다.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다. 프로젝트 목표는 청각장애 어린이 100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모든 공연의 수익금은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인공와우(청력 보조장치) 수술비로 기부한다.

밴드가 만들어진 과정은 흥미롭다. 이층버스는 유명소속사에서 인기 아이돌 가수를 양성하는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김형규 대표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연습생들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꾸려온 무대가 있다. 어린이 병원을 찾아 공연하는 봉사 활동이었다. 그때 음악을 진동으로만 느낄 수밖에 없는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면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2017, 특별한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기로 했다. 그때부터 이층버스는 1년에 3, 4개월에 한 번 갖는 정기 공연의 수익금과 기부금을 모아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후원해왔다.

<밴드 이층버스>의 프로젝트 이야기는 4년 전 한 방송사의 음악프로그램에 청각장애 어린이 후원자 가족과 이층버스가 함께 출연하면서 더 널리 알려졌다. ‘아름다운 무대를 잘 듣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보기만 해도 가슴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층버스의 바람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진 덕분이다.

그러나 목표로 세운 100명 후원 프로젝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공 달팽이관 이식에 들어가는 수술비용은 1인당 천만 원 정도. 지금까지 이층버스의 후원으로 인공 달팽이관을 갖게 된 아이들은 9명이다. 소규모 공연의 한계를 고려하면 더욱더 먼 길. 그래서 이들의 꿈과 목표는 더 절박하다.

다행히 이층버스의 아름다운 꿈을 성원하는 가수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마마무, 비투비, 펜타곤, 원위, 더원, 양파 등 뜻을 같이하는 가수들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무대 앞 뒤에서 함께 하는 뮤지션들도 뒤를 잇는단다.

지난 2, 새 앨범 발매 소식을 전했던 이층버스가 오는 24일 열 번째 정기공연 청춘을 연다. 열 번째 청각장애 어린이의 인공와우 수술을 지원하는 공연이다.

100명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선한 영향력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밴드 이층버스를 해체하는 즐거운 행렬에 많은 사람이 동행하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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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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