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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무너진 코리아 드림'...고창 한 단독주택서 외국인 부부 숨져

보일러 고장으로 겨우내 추위 피하기 위해 모닥불 피우고 생활
9년 째 고국에 있는 자녀에게 송금해와 해외 기러기 부모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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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고창군 주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창에서 10년 가까이 농사일을 하면서 고국에 돈을 보내고 자신들은 힘들게 살아온 외국인 부부가 고장난 보일러를 고치지 못한 채 한파에 방 안에서 장작을 피우고 자던 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고창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께 고창군 흥덕면 한 농가주택 안방에서 태국 국적의 A씨(55)와 부인 B씨(57)가 서로 껴안은 채 숨져있는 것을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다.

평소 이들과 알고 지내던 이웃 주민이 "부지런한 이들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고 신고해 출동한 경찰은 안방에 쓰러져 있는 A씨 부부를 발견했다. 당시 방바닥에는 불에 탄 장작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거주하는 농가 내 보일러가 고장 난 상태였던 점 등을 미뤄 부부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방안에서 불을 피우고 잠을 자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상흔이나 저항흔이 없어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관광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A씨와 B씨는 일당 10∼12만 원을 받으며 농사일 품팔이를 했고 대부분의 돈은 고국 가족에 보내고 자신들은 힘들게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한이 짧은 관광비자여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한 탓에 외국인노동자 지원 등 제도권 도움도 받기 힘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빈 비닐하우스나 농사일을 맡은 곳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기거했다.

그러던 중 함께 일을 하던 이웃 주민들이 당시 이 빈 농가 주인을 설득했고, 지난해 7월부터 이곳에 거주했다. 집세는 단돈 연 30만원. 그만큼 시설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부부는 돈을 아끼기 위해 고장난 보일러를 수리하지도 않고 마당에 장작불을 피워 놓고 요리했고, 밤에는 집 옆 비닐하우스에 장작불을 피워 겨울을 보냈다. 그렇게 모은 돈은 고국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 송금하는 등 어렵게 살아온 이들인데도 항상 웃음은 잃지 않았다고 마을사람들은 전했다.

그러다 사건 발생 하루 전 유독 추운 날씨로 비닐하우스를 나와 집안으로 들어가 모닥불을 피운 것이 화근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열심히 산 부부였다. 남편은 경운기까지 운전하는 등 일머리가 좋고 아내는 항상 웃는 얼굴로 동네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들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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