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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유지? ‘우리’와 ‘나라’ 택한 전주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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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선 청와대 전 선임행정관

이번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당선은 전주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여당인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의 불출마에 따라 초기 ‘윤석열 심판’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임정엽 후보는 ‘민생’으로 캠페인의 방향을 바꿨다. 반면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일관되게 ‘윤석열 심판’과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안해욱 후보의 10% 득표율 또한 ‘윤석열 심판’을 말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민주당 없는 선거에서 진보당이 이긴 것이 이번 선거의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 정치가 국회와 유권자들을 대립정치로만 몰아가며 대의과정을 왜곡시키고, 제대로 된 정치는 실종됐다는 것을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일명 ‘조직’은 어떤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 당력을 총집중했다. 매일 수많은 당원들이 골목을 누볐다. 대부분이 투표권이 없는 타 지역 당원들이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걸었던 당원들의 진심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색깔론’ 또한 소용이 없었다. ‘색깔론’은 투표 포기를 마음 먹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낸, 역효과를 낳았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전통적 조직선거는 유권자의 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관계는 관계고 투표는 투표였다.

선거란 무엇인가. 유권자들에게 선거는 개인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능감을 위한 제도이다. 자기를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표심을 보내고, 이것이 의석으로 전환돼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하는 권리행사다. 

이번 선거에서 전주시민은 현 정부 심판을 주장한 정치인을 선택했다. 물론 지역발전 공약과 비전이 필요조건이지만, 지금 정치다운 정치가 더 시급함을 표심으로 보여줬다. 지금 최고의 민생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시민들이 말하고 있다. 현상유지와 골목정치를 멈추고, 현 시대의 과제를 도전적이고 전투적으로 해결하는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존재감 없는 전북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의 이번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 그 뿌리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독하게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인 정치논리가 아닌 정치의 임무를 회복하길 원한다. 정치개혁 등 마땅히 앞장서야 할 시대적 과업에서 누가 봐도 진정성 있게 앞장서지 못하는 모습을 이미 들켜버렸다. 중앙정치를 통해 기후위기, 저출산 노령화, 지역균형발전, 경제양극화 등 시대적 의제에 대처하는 전북정치, 정치인의 역량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윤석열 심판’이라는 당선자의 일관된 캠페인이 먹힌 이유다. 

유권자는 다음 총선에서도 의석을 지키기 위한 정치가 아닌 ‘우리’와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할 사람, 당당한 전북을 만드는 든든한 정치에 표를 던질 것이다. 시대적 과제를 감당하려는 정치적 기획,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을 통한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전주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정치의 변화에 전북, 전주가 앞장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심은 변했다. 남은 것은 정치다. 

/황현선 청와대 전 선임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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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을 #재선거 #국회의원 #진보당 #강성희 #윤석열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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