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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체험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 지팡이에만 의존, 인도 위 장애물에 ‘아찔’

전북도 시각장애인 인구 1만1000여명
도로 곳곳 장애물과 도로 구조 문제 등으로 시각 장애인 이동권 상실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장 “매년 나오는 이야기, 공공시설 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전북시각장애인활동지원센터 관계자 "취직이 아닌 일을 해야한다"

올해 3월 기준 전북에 등록된 장애인은 13만2031명, 그중 1만1054명이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 편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는 갖가지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전북일보 송은현 기자가  마흔세 번째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직접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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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서 본보 송은현 기자가 흰 지팡이를 이용해 시각 장애인 체험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19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옛정문 상가 밀집지역.

이곳은 인도지만 점자블록도 없고 행인들이 수없이 오가면서 시각장애인들은 통행을 기피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이날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기자가 검은 안대를 착용하고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사용했다.

안대를 쓰자 화창했던 날씨는 금세 칠흑으로 변했다. 자연스럽게 모든 감각이 지팡이 끝과 청각에 집중됐다.

처음엔 낯선 체험에 흥미로웠지만 얼마 가지 않아 차단된 시야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지팡이를 이곳저곳 ‘툭툭’ 쳐 무언가 닿았을 때, 어디로 어떻게 피해 가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시설물들은 통행을 방해해 한 걸음 한 걸음이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체험을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인도경계석에 무릎을 부딪혀 아픔이 밀려왔다. 

특히 지팡이가 아무것도 닿지 않아도 문제였다. 아무리 두드려도 뭐가 있는지 모르니 한 걸음 떼는데 무척 어려웠다.

시각을 잃자 청각을 통해 전해오는 소리또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골목을 ‘쌩’하며 쏜살같이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또 ‘끼익’하고 열리는 상가의 문소리 역시 무언가 다가올 수 있다는 긴장감에 온 몸을 얼게 했다.

평소 다니던 길이었던 만큼 길거리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려 애썼지만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1분도 안 되는 거리를 10여 분을 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30년 전 급성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김남희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보행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에 있는 모든 길을 다 뜯어내서 고쳐야 한다. 매년 수십 번씩 나오는 이야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해결되지 않는 시각장애인의 보행권을 개탄했다.

그는 “점자유도블럭이 없는 곳도 문제지만 있는 곳도 문제다”며 “점자보도블럭 위에 시설물을 가져다 놓는다 던가 하는 경우에는 굉장히 난감하고, 길을 걷다 보면 여러 불법주정차 된 차량들로 인해 보행에 불편을 겪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시각장애인도 꼭 가야 하는 공공시설이라도 제대로 시설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점자유도블럭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나 점자 안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시각장애인들은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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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애인 #장애인의날 #시각장애인 #흰지팡이 #안대 #공공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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