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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에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커집니다” 한승헌 변호사 1주기 광주, 진안서 추모 물결

김용택 시인 추모시 낭송 및 제15대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회장 등 추모
진안 추모식서 폐회직전 감사 인사 전해
회고사 생략, 추모위해 공사 중단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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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산민 한승헌 선생 1주기 추모식이 20일 진안명인명품관 문화마당에서 열려 추모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故 한승헌 변호사의 1주기인 20일 그가 영면에 든 광주와 그의 고향인 진안에서 많은 이들이 그를 기리고 그리워하는 추모행사를 진행하며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고 한 변호사의 1주기 추모식에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흰 글씨로 '한승헌의 묘' 라고 새겨진 검정색 묘비 앞에서 참석한 이들은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오던 한 변호사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하며 그를 추모했다.

김용택 시인은 “며칠 전에 변호사님께서 꿈에 나타나 과거 들려드렸던 제 시가 너무 좋다. 한 번 더 들려줄 수 없냐고 말씀하셨다”며 “그래서 이 자리에서 다시 읽어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변호사를 위해 본인의 시인 ‘당신이 주고 가신 시(詩)가 우리 역사의 답이 되었습니다’를 추모시로 낭독했다.

이어진 추모사에서는 제15대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이 한 변호사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가르침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조 회장은 “다시 돌아오는 봄, 한 변호사님이 무척 그립다”며 “민변의 큰 어르신인 한 변호사님이 하늘의 별이 되신 지 벌써 1년, 자주 맞은 봄이지만 변호사님에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고 되뇌었다. 

그는 “한평생을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의 길을 걸으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으셨던 변호사님의 부재가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갈등과 대립이 심한 오늘날 더 크게 느껴진다”며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으라(近在山民)’는 뜻을 가진 ‘산민’(山民)’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 변호사님은 늘 시대의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 같이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변 창립 회원으로서 변호사님께서는 후배들을 무척 아끼고 가르침을 주셨다”고 회고하며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써주신 민변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민변은 초심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사서 고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추모 행사에 함께한 천정배 전 국회의원은 “한 변호사님은 치열한 삶을 살며 동시에 고결하셨던 인물”이라며 “그의 고결한 인격을 후대들이 귀감으로 삼고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진안 추모식서 부인 김송자 여사, 폐회 직전 감사 ‘가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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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산민 한승헌 선생 1주기 추모식이 20일 진안명인명품관 문화마당에서 열려 김송자 여사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진안에서 열린 행사에선 폐회 직전 한 변호사의 배우자 김송자 여사가 연단에 올라 전한 감사 인사가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살아생전 한 변호사의 지극한 고향사랑 일화를 전해서다. 

김 여사는 “이토록 큰 행사를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자신의 고향은 완주군이지만 진안 부귀면에 선영이 있어 자신의 뿌리도 진안임을 강조했다. 

김 여사에 따르면 젊은 시절 한 변호사는 “착하게만 살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 이사장을 맡아 달라고 찾아온 고향 후배들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당신이 고향을 위해 한 것이 뭐 있느냐'는 예상치 못한 날벼락 같은 큰 꾸지람을 받은 후부터 고향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여사는 이어 “고향인 진안 안천면의 수몰 전 사진을 지금도 현관에 걸어둘 정도로 고향을 사랑했다”며 “손주 이름 돌림자를 진안(鎭安)의 ‘진(鎭)’자로 정할 정도로 진안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고 했다. 

또 “서울에서는 고향 진안과 전북을 위해 할 일을 찾았고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를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싸움을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 …황숙주 전 순창군수 준비한 회고사 생략...참석자 배려

이날 행사는 화창한 날씨 속에 진행돼 ‘반듯한 사람 한승헌 추모식을 하늘도 축복한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마이산 북부의 기온이 25℃를 넘어 옷차림이 두꺼운 참석자들은 ‘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황숙주 전 순창군수는 값진 배려를 선사했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의 감사원 직원 시절 각별한 인연을 회고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생략해 달라고 요청한 것. 이를 두고 ‘하늘과 사람이 모두 따뜻한’ 추모식이라는 평이 나왔다. 

 

○…마이산 북부 진입로 공사 일시 중단

이날 진안군은 마이산북부 교통체계개선사업을 일시 중단해 추모식을 배려했다. 공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진입로 차량 소통 등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 추모식장인 마이산 명인명품관으로 진입하는 벚꽃길의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사업이 시기를 놓치면 벚나무 이식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지만 하루 동안 공사를 전격 중단해 추모의 마음을 한데 보탰다.

광주=엄승현 기자∙진안=국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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