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 방위사업청장)
‘새만금 방산클러스터’ 등 전북형 방산 조성 가이드 역할
“전북, 방위산업 잠재력 풍부...15년 후 국내 방산 허브될 것”
고속도로·KTX 등 인프라...전북형 방산 성공 위한 과제
방위산업(방산)이 전북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새만금개발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새만금에 방산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실험 시설을 짓고, 관련 기업과 기관을 모은 방산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북도는 조직개편을 통해 방위산업팀 신설을 추진한데 이어 인력양성을 위해 전북대에 방산학과 신설을 제안하는 등 방산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방산 분야 물적·인적 기반이 미약한 지역 상황을 감안한다면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는 전북에 K방산의 씨를 뿌린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58·김제·전 방위사업청장·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강 위원은 새만금 방산클러스터 조성 밑그림에서부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유치 등 전북형 방산의 조기 착근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전북에 방산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새만금은 국내 방위산업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국방과학 기술의 미래는 새만금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방위사업청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방산 분야 전문가인 강 위원을 만나 전북형 방산의 전망과 비전을 들어봤다.
-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에 방산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핵심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신기술 관련 연구 및 실험 시설, 기업 입지이며, 둘째는 이와 관련된 교육과 인재 양성입니다. 특화연구센터를 거점으로 기초기술을 확보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해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두 기관은 협약을 통해 인공지능(AI), 드론 등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새만금 1권역에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실험시설을 구축하고, 3권역에는 관련 기업과 학교, 기관 등을 연계해 조성키로 했다.)
- 창원·구미 등 기존 방산중심도시와는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K방산의 고도화와 지속적 상승을 위해서는 방산 분야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에 맞춰 새만금은 신소재·신기술 개발을 특화하는 것으로 계획됐습니다. 인공지능(AI), 드론 등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방산 기술개발에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된 신기술은 각 지역별로 방산클러스터와의 협업이 이뤄집니다.
이와 더불어 신기술 개발의 지속화를 위해선 학문기반 마련이 중요한데, 현재의 직원 재교육 수준의 교육과정으로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려습니다. 그래서 방산에 특화된 최고 수준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내 방산학과 개설 등 시스템화된 교육체계 구축작업도 병행될 것입니다."
- 그동안 전북 방산클러스터 조성을 제안해 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먼저, 전북은 방위산업의 전략거점이 될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새만금이라는 풍부한 산업용지가 있고, 탄소산업을 비롯해 미래 항공우주산업에 필요한 소재산업에 강점이 있습니다. 탄소 등 연구인력 집중화가 가능한 대학도 있고요. 여기에 기존 방산중심도시와의 접근성도 좋아 신기술 개발을 통한 협업으로 새로운 방산 거점이 될 수 있는 요건도 갖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북은 그동안 아쉽게도 36개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이 있는데도 불구, 이를 집적시킬 거점연구센터가 없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 언제부터 전북에 방산을 육성할 생각을 갖게 됐는지.
“4년 전부터인데, 처음 전북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탄소가 전주에 있기 때문입니다. 방산은 탄소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모든 무인기와 우주기기, 그리고 전차와 장갑차 등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철 보다 1/4 정도 가벼운 탄소 소재로의 교체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북대와 군산대 등에 탄소 관련 연구원들도 많아 그들과 협업하면 매우 큰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런 가운데 지난해 여름께 전북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관영 지사를 만나 전북이 방산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기존 방산중심도시와 충돌하지 않은 신소재·신기술 개발에 대한 저의 제안을 김 지사께서 흔쾌히 동의해 주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 후발주자인 전북이 방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만약 10년 전에 저에게 이런 요청이 있었으면 못 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방산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개선됐고, 국가적으로 신기술 육성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 전주 탄소산업 등 소재산업과 새만금 입지 조건 등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죠.
또한 전북도를 비롯한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 잘 조합되고 있어 전북에서의 방산은 무조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새만금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는 언제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지.
"내년께 시설이 완공돼 연구개발 작업이 시작되면 하반기부터 관련 기업들이 들어올 겁니다. 최소 15개 정도의 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산 분야는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한 산업이라 고용효과가 곧바로 나올 것이라, 2∼3년 내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15년 후면 국내 방산 허브로 성장해 국방과학 기술의 미래가 새만금에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전북형 방산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기업들이 전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고속도로와 KTX가 우선적으로 중요하고, 공항과 항구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기업 연구원 및 종사자들이 생활하기 편하도록 정주 여건와 교육시설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다행히 도지사를 비롯해 전북대·군산대 총장과 새만금개발청장 등이 매우 적극적이어서 무난한 해결이 기대됩니다.
더불어 전북도민들의 관심과 성원도 매우 필요합니다. 관광·문화 도시도 좋지만, 최첨단이 결합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도민들의 의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 강은호는...방위사업청장 출신 국내 방위산업 전문가
1966년 전북 김제 출생. 전주 완산고-연세대(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직후 행정고시(제33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후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에서 16여년을 근무한 방산 전문가.
2006년 방사청 개청 당시부터 근무한 원년 멤버로, 유도무기사업부장, 방산기술통제관, 기획조정관, 사업관리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12월 방사청장에 임명됐다.
방사청장 재직 시절, 방산 수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 ‘효자’로 손꼽히는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한 방산 수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방산 수출이 수입을 초과한 방산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성과가 그의 재임 시절에 이뤄졌다.
그는 오래전부터 신기술 개발과 방산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K방산 성공은 기술과 제조 능력,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면서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 신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방산에 접목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 구축을 역설했다.
서울=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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