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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기후변화와 농업재해, 현실에 맞게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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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의회 의장 장정복

얼마 전까지 장수군 사과 농가들은 적화와 적과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과 재배 중 꽃 솎기 작업인 적화와 열매솎기 작업인 적과는 사과 품질과 수확량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장수군의 사과 농가들은 솎을 것이 없을 정도로 조금 달린 꽃과 열매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풍요로운 수확에 대한 기대감 대신 막막함만 가득하다. 

올해 초 따뜻한 날씨로 개화가 약 일주일가량 앞당겨졌지만, 이내 갑작스러운 영하권의 날씨가 지속되는 이상 기온이 발생하면서 사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배, 수박 등 대부분의 과수 품목이 심각한 냉해 피해를 입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냉해 피해 면적은 9628㏊에 달하며, 대부분의 농가가 사과를 생산하고 있는 장수군은 당시 –4.6℃까지 기온이 떨어져 사과 재배 농가 중 80%가량이 냉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꽃눈이 냉해 피해를 당하면 수정이 어렵고, 수정이 된다 해도 기형 과수가 나올 확률이 커 상품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면서 2018년 이후 이상저온으로 인한 과수농가 피해는 지속해서 발생해왔지만, 정부의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이나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 된다.

현행법상 농작물에 대한 농업재해 지원기준은 대파대와 농약값이며, 그마저도 단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또한 농식품부의 피해 지원기준은 면적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그 피해가 아무리 클지라도 국지적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국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농식품부의 지원기준 미만 피해에 대해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재정 여건상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험으로 냉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특약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보험료가 일반 보험료보다 2~3배 비싸 농가가 쉽게 가입하기도 힘들다. 또한 비싼 보험료를 내고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보상을 받으면 할증이 붙어 농가의 부담이 상당하다.

냉해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후는 점점 예측하기 힘들어지며 잦은 기상이변 속 농업재해의 발생빈도와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여 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으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지속적으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농업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식량안보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때문에 기후변화와 농업재해에 대한 불안감은 농촌 지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이는 결국 나라 전체의 농업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이에 농가를 보호하고 농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선, 재난지역 지정 관련 제도 개선, 농작물 재해보험 개편을 통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였거늘 지금 농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상 기후가 불러올 농촌 경제의 악영향은 심각하다. 부귀영화는 못 누릴지라도 최소한 농민들이 일 년 동안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농민들은 앞으로 닥칠 긴 장마, 폭염, 태풍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채 묵묵히 논밭을 지키고 있다. 그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고민과 적극적인 해결을 기대해본다.

/장정복 장수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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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변화와 농업재해 #장수군의회 의장 장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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