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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굴 위한 집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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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욱 기자

지난 28일 오전, 익산시청 앞 4차선이 통째로 막혔다.

수해를 입은 농민들의 집회가 열렸는데, 농민회를 비롯한 다수의 단체와 일부 정치권이 합세하면서 역대급 규모가 됐다.

그들의 주된 요구는 피해액 전액 보상과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충남도 수준의 보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

요구사항을 온전히 전하는 외침이 아니라, 시장 나오라는 식의 선동적 발언만 맴도는 듯 했다.

과연 피해 농민들을 위한 보상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인가 의심이 들었다.

동참한 일부 정치권과 주최 측 대표단이 무책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집회든 농성이든 다중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데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그 목적과 요구가 정당해야 하고, 대척점에 있는 집회의 상대방이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어야 명분이 확보된다.

그런데 이날 집회는 어땠는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전액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충남도 수준의 보상 요구도 시장과 함께 머리띠를 두르고 도청을 찾으면 찾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익산시와 각을 세울 일이 아니다.

행정 프로세스를 잘 알지 못하는 농민들 대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집회를 주도한 대표단과 정치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사상 초유의 폭우는 익산뿐만 아닌 호남지역 전체를 뒤덮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익산시는 발 빠른 추가 피해 차단과 함께 정부로부터 가장 먼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다른 어느 도시보다 잘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군부대와 경찰, 소방을 비롯해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연대가 힘을 발휘하며 피해 농가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봉사자들은 복구 현장에서 탈진과 고열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아직은 서로가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피해 농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함께 해 온 익산시·지역사회와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요구를 관철시킬 수 없다는 걸 몰랐을까.

시민 불편을 뒤로한 채 시청 앞 4차선 전체를 점령하고 시장 나오라고 압박을 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곱씹어도 농민을 앞세운 정치적·선동적 집회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앞으로 이번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과연 누가 어려움에 닥친 이들을 돕겠다고 나설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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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집회 #수해 #농민 #정치적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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