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고용주 사이에서 수습기간 명목 최저임금 미준수 사례 속 만연
노동 당국 최저임금 관련 실태조사 전무, 사실상 방관에 대책 마련 시급
전주지청 "상급기관 요청 시에만 현황 파악…신고 접수 즉시 사법조치"
#1. 부업으로 전주시 덕진구 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직장인 A씨(28)의 시급은 2023년도 최저시급 9620원의 80% 수준인 8000원이다.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하루 5시간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4만 원. 최저시급을 적용한 일급보다 8100원 적다. 사실상 1시간 덜 일한 값이고 야간수당도 제외되면서 정상적인 일급보다는 3만원 이상 덜 받는 셈이다.
#2. 완주군 삼례읍에서 식당 알바를 시작한 B씨(23)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이다. 그는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인 시급 5000원을 받는다. '일을 배워야 하는' 수습기간이라는 것이 고용주의 이유였다.
수습기간이라는 꼼수로 최저시급보다 적은 급여를 주는 행태가 지역사회에 만연하고 있지만 노동 당국이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전주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전주지역 사업장 알바생 149명을 대상으로 한 ‘알바 노동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3%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주지역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순노무 노동자의 경우 10명 중 4명 가량이 평균시급 8700원을 받아 최저시급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부 고용주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때 수습기간을 명목으로 3~6개월 동안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저임금 하한선보다 적은 임금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일보가 전북지역으로 한정한 구인·구직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1년 미만 단기 근로자를 뽑으면서 수습기간을 둔다는 업주가 수두룩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5조에 따르면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한하여 수습기간을 둘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1년 미만 단기 근로계약 상태에서 수습기간을 갖거나 최저임금의 90% 미만을 지급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노동 당국의 관리 및 감독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미 지역 업주들 사이에선 행정의 규제가 닿지 않자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 관례화된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 2100만여 명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321만 5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고용노동부 등이 집계한 최저임금법 6조(최저임금 미지급, 임금수준 저하) 위반 건수는 총 444건에 불과하며 이 중 고용주를 사법처리한 것은 7건(1.6%)이 전부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규모에 비해 노동 당국의 실태 파악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한 셈이다.
특히 전주시를 비롯한 도내 9개 시군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신고건수 및 사법처리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 및 통계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역 노동계에선 해당 문제에 대해 당국의 대처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최저임금 적용 범위 등 관련 법령이 모호하고 노동당국의 사법 집행 의지가 부족해 위반 사례가 매년 잇따르고 있다"며 "단순 시정조치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 등 신속한 사법 집행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최저임금 미지급 관련 실태조사는 상급기관의 자료 요청에 따라 실시한 뒤 관련 자료를 따로 보관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현황 및 통계가 없다"며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최대한 형사처벌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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