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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의사 아니에요”...사라진 의사들·막막한 환자들

전북대병원 전공의 189명 중 162명 사직서 제출 후 대부분 무단결근
병원 내 의사찾기 힘들어... 대부분 간호사 및 방사선과 직원
환자들 피해 속출...수술 후 타 병원 이전 강요, 진료와 검사시기 미뤄지기도
응급실에선 전문의와 전임의가 환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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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도내 전공의 399명 중 318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20일 전북대 응급실에 한 환자가 실려오고 있다. 오세림 기자

“수술 끝나자마자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합니다. 후유증도 있을 것이고 병원 구하는 것도 쉽지않은데 막막합니다.”(관련기사 5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첫 날인 20일 오전 9시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병원 수술실 앞에서 만난 채규봉 씨(79)의 한숨 섞인 말이다.

채씨는 “원래 수술 날짜가 21일로 잡혀있었는데 오늘로 앞당기자더니 수술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장 큰 수술을 받은 환자를 어디로 옮겨야 할지도 막막하고, 또 자칫 후유증으로 잘못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전북대병원이 지역에서는 제일 큰 병원인데 여기보다 더 우리 가족을 잘 치료해 줄 곳이 어디 있느냐”고 토로했다.

이날 전북대병원은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하고, 전문의 위주의 의료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전북대병원 소속 189명의 전공의 중 162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병원에서 의사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병원 안에는 평소와 비슷한 수백 명 가량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흰가운을 입은 의료진에게 “의사이신가요?”를 물어도 들려오는 답변은 “저 의사 아니에요”뿐이었다. 병원을 돌아보며 10여 명의 의료진에게 질문했지만, 모두 방사선과 직원과 간호사들이었다.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는 찾기 어려웠다. 평소같으면 연이은 수술에 북적였을 수술실 앞도 한산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는 항상 하루 최소 10건 이상의 수술이 진행되지만, 현재 마취과 의사들이 부족해 수술실의 40%만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앞에서도 의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도착해도 마중을 나오는 건 간호사들뿐이었다. 119구급대원들도 평소보다 늦어지는 진료시간에 우려를 표했다.

전북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은 “응급실에 환자는 많지 않지만, 교수님(전문의, 전임의) 3명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평소보다 30분가량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 중증환자가 아니면 병원측에서 다른 병원으로 가달라고 요청을 받고 있고, 출발하기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료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과 동의를 받고 있다.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진 상황에 신고가 몰리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북대병원 응급실 병상 포화도는 75%로 전체 48병상 중 36병상이 사용되고 있었다. 부족한 의사 수에 병상에 여유가 있었음에도 30분이상 기다려야하는 환자들의 불편은 컸다.

진료나 검사 시기도 늦춰지기 시작했다.

암환자 보호자 A씨(50대)는 "암진단을 받고 MRI 등 관련 검사가 원래는 2주가량 뒤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한달 뒤로 예정일이 바뀌었다"면서 "암은 자칫 잘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인데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악화되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소속 간호사 B씨(30대·여)는 “현재 전공의분들의 업무까지 간호사들이 대체하고 있어 업무량이 가중된 상태다”며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업무를 봐야겠지만, 사태가 지속된다면 간호사들도 결국엔 불만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은 행위이고, 파업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그들이 정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환자들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된 것인지 의심스럽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파업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경수기자, 최동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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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병원 #전공의 사직서 #집단의료거부 #의사를 찾기 힘든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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