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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 수집에만 50억 원⋯기상천외한 만찬장, 전주 핫플로 떴다

돌 수집가 '닥터 곽', 36년 모은 '음식 모양 돌' 한옥마을 전시
닥터 곽 갤러리, '식스센스'서 전주 핫플레이스로 등장해 주목
창고 두 동 가득 채운 음식 모양 돌…3억 6000만년 전 돌도 보관
"돌 수집은 운명, 사람들에게 수집품 보여주는 게 인생의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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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곽 갤러리에 음식 모양 돌들이 전시돼 있다. 김지원 기자

 

 

가장 가까운 가족도, 길 다니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저마다의 삶이 있다. 우리가 매일 생산되는 주요 기사로 보는 것은 공직자, 정치인의 삶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들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어떻게 사는지 보지만 정작 이웃의 삶을 들여다 본 적은 많지 않다. 평소 기사에 나오는 사람이 아닌 이웃의 이야기를 전하는 새로운 기획을 준비했다.

기획명은 나는이다. 다양한 이웃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함께 서로의 삶을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 인터뷰는 최근 종영한 tvN 예능 <식스센스: 시티투어> 마지막 편인 전주 편에 출연한 '진짜' 닥터 곽 갤러리를 운영하는 가정의학과 의사 곽병찬 씨다. 40여 년간 모은 돌만 50억 원어치, 그의 취미에 귀를 기울여 보자. 대체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돌을 모았을까. 그에게 돌은 운명이라는데⋯.

 

 

 

“이게 다 진짜 자연에서 나오는 돌이에요. 만져보세요. 제가 이걸 30년을 모았어요.”

전주 한옥마을 ‘닥터 곽 갤러리’에서 만난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돌 수집가 곽병찬(68) 씨는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다. 하얀 식탁보 위 접시들엔 비빔밥, 생선구이, 빵 등 실제 음식처럼 보이는 돌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 수만 해도 350여 점. 전시 공간은 마치 만찬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였다.

닥터 곽 갤러리의 수집가 ‘닥터 곽’, 곽병찬 씨는 지난해 3월 음식 모양 돌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열었다. 음식처럼 생긴 돌을 접시에 담고 정성스레 꾸며 담았다. 촛대와 커틀러리, 샹들리에까지 배치해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입장료는 3000원으로 저렴했지만 음식처럼 보이는 돌이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곽 씨는 "한 번 전시장에 들어온 관람객들은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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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곽 갤러리에 자른 고기처럼 보이는 돌이 전시돼 있다. 김지원 기자.

"처음엔 진짜 음식인 줄 알고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어색해하다가도 막상 들어오면 다들 사진 찍고 웃고 즐거워해요."

곽 씨는 이러한 반응에서 가능성을 봤다. 지역 문화·관광 자산으로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시를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는 전시인 만큼 운영비 부담은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방영한 TV 예능 '식스센스: 시티투어' 마지막 화 전주 편에 ‘진짜 핫플레이스’로 출연하며 상황은 반전을 맞이했다. 방송은 유재석, 송은이를 비롯한 패널들이 전주의 SNS 핫플레이스 4곳을 직접 방문하고 이중 진짜인 한 곳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들은 추리 끝에 곽 씨의 닥터 곽 갤러리를 진짜 핫플레이스로 꼽아 정답을 맞혔다.

"최근엔 입소문도 나고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어요. 제가 평생 모은 돌들을 이렇게 많은 분이 봐 주시니 기쁘죠."

곽 씨는 음식 모양 돌을 수집하는데 꼬박 36년을 바쳤다. 1989년 우연히 음식처럼 생긴 돌을 주운 것을 계기로 수집을 시작했다. 돌 수집에 사용한 금액만 무려 50억 원.

심지어 아내도 몰랐다. '식스센스: 시티투어' 마지막 화에는 곽 수집가의 고백에 그의 아내 강정숙(60) 씨가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간 줄 몰랐다"며 화들짝 놀라는 장면도 나왔다. 곽 씨는 “지난 30년간 돌을 모을 때 아내는 수석을 모으는 줄 알았다”며 “그만큼 금액이 들어갔는지 아내도 방송에서 처음 알았다”고 했다.

전시회장에 나와 있는 돌들은 전체 소장품의 일부일 뿐이다. 30여 년의 시간이 담긴 수집품은 창고 두 동을 채울 만큼 많이 남아 있다. 의사가 본업인지라 해외로 직접 나가 돌을 수집하지 못하지만 그동안 대리인을 통해 수집한 돌 종류만 수백 가지에 달한다. 창고에 있는 돌은 전시회장에 있는 작품과 주기적으로 교체해 새로움을 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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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씨가 3억 6000만 년 전 석순으로 만든 생일 케이크 모양 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여기 보세요. 이 생일 케이크 모양 돌이 제일 비싼 작품이에요. 위에 보석 돌도 하나하나 올렸어요. 2억 원 넘게 들었죠. 아직 공개하지 않은 더 귀한 돌도 있는데, 그 친구는 아직 나와 보지도 못했어요.”

가장 고가의 전시작은 3억 6000만 년 전에 형성된 석순 위 보석처럼 생긴 돌을 올려 만든 3단 생일 케이크 모형이다. 그러나 이보다 귀한 돌은 아직 창고에 보관 중이다.

곽 씨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수집품을 보여 주는 것이 목표다. 이제 그에게 돌은 숙명이다.

“2010년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어요. 그땐 '이걸 세상에 못 보여주고 죽는구나!'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완치해서 세상에 알리고 있잖아요. 일종의 운명 같아요.”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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