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게 색을 칠하고 또 칠해 쌓아 올린 사물과 풍경의 경계는 흐릿하지만, 형상은 빛이 난다. 색으로 가득 채운 사물 속에 숨겨진 감정의 흔적과 여운이 화면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닮은 듯 다른 청년작가 5팀을 초대해 특별기획전 ‘위로의 제스처’를 마련했다. 감성빈, 강산, 김영봉, 박온유 그리고 공동체 기반 예술 그룹 이랑고랑(황유진‧정소라)은 나이와 활동 경력은 모두 다르지만 ‘상실과 소외’ ‘주변부와 이방인’ 을 주제로 따뜻한 시선과 환대를 보낸다는 점은 비슷하다.
중국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감성빈(42) 작가는 사회적 사건, 참사 희생자들의 서사와 연결해 작업을 이어간다. 비탄에 빠진 이들이 서로를 견인하는 모습은 우울과 고통, 슬픔의 무게를 견디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넘어 타자와의 만남으로 예술 서사를 확장시켜 회화와 입체를 조형해 나가고 있다.
강산(28) 작가는 전북대 시각예술 전공으로 재학 중인 신예 청년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레드썬’과 ‘조급히 준비하는 겨울잠’을 선보인다. 작가는 경쟁 사회 구조 속 양극단(정서, 자본, 정치, 사회 등)을 오가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가시화한다. 2030세대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인물들은 노동과 사회로부터 이탈, 경쟁의 거부 등 삶의 방식을 선택한 주체로 묘사된다.
산업화의 잔재로 버려지거나 폐기된 사물을 수집해 재구성하는 김영봉(45) 작가는 생태미학적 접근을 통해 사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업물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폐기됨’이라는 사회적 정의에 저항하며 인간 중심의 위계를 해체하고 존재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박온유(34)의 회화는 내면의 잠재된 감정과 기억을 기민하게 마주하고,이를 시각 언어로 환기하는 치유적 실천에 가깝다. 그는 내재된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마주해 고통의 흔적을 회화의 중심에 둔다.
김제 용평마을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랑고랑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 회복 가능성을 탐색해 온 예술가 그룹이다. 시니어 세대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일상적 삶의 경험을 예술과 연결하는 ‘창의적 나이 듦’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자들이 예술창작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는 27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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