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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문제가 교권침해로…'스승과 제자의 정' 사라진 교육현장

학교 밖 흡연 적발에 교사와 학부모 신경전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 교권침해로 이어진 해프닝

흡연을 하다 적발된 학생을 징계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이 ‘스승과 제자의 정’이 사라진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선생님과 이를 믿고 따라야 할 제자, 그리고 학부모라는 교육의 3주체가 서로 믿지 못하고 불신이 쌓여가는 ‘불안’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전북 A고등학교 B학생은 학교 밖 골목길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해당 학교 C교사에게 적발됐다. 교사는 당시 흡연 장면 사진을 촬영해 학교당국에 신고했다.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 학부모는 해당 학교 인성부장과 흡연에 관한 처벌 근거 및 절차, 수위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학부모는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등의 과격한 발언을 했다. 이후 13일 학생은 흡연과 관련해 교내 봉사활동 벌칙을 받겠다고 수용 의사를 전달했고, 교사는 폭언∙위협 등을 이유로 학부모를 교권보호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같은날 교사는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M초 사건 이후 오랜만에 다시 직을 걸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생겼다. 각오하라. 진짜 큰 거 간다. #악성#진상민원인’이라고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을 본 학생들은 B학생의 흡연과 관련해 올린 글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학부모는 학교 교무부장에게 “학생이 이 글(인스타그램)로 괴로워하니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다음날인 14일 다시 전북교육청에 학생이 힘들어함을 전달하며 2차 가해 우려를 전달했다.

15일 학생은 1교시를 마치고 조퇴했고, 16일 3교시 보호자와의 통화에서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 학교 그만두고 싶다. 죽고싶다”는 말을 전달했다. 이후 학부모는 학교 측에 학생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112에 보호조치를 요구하면서 자살소동까지 빚어졌다.

학생의 교외 흡연 문제로 2일부터 16일까지 많은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학생은 흡연에 대해 응당한 규칙을 적용받고, 학부모는 부모로서 앞으로 학생에 대한 지도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고, 교사는 최대한의 선처와 지도를 베풀었다면 큰 문제없이 해결될 일이었던 것이다.

학부모 D씨는 21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을 찾아 “예전에 2025학년도 2학기 1차고사 문항 정답 이의제기를 했던 적이 있어 이 문제로 교사가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아이에게 징계를 내리려는 것으로 오해해 순간 감정이 격해지고 서운한 마음이 생겨 과도하고 지나친 발언을 하게된 것”이라며 “이유야 어찌됐든 선생님에게 함부로 폭언을 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어른들의 일을 떠나 아이가 제대로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흡연이라는 일탈이 이렇게 교권침해 사안까지 커지게 된 것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모두의 잘못이 있는 것”이라며 “선생은 선생답게, 제자는 제자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행동할 때 우리 교육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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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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