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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결혼 30주년 기념, 아내에게 첫 시집 헌정한 진안군청 이호율 팀장

지난 11일 진안문화의집서 아내 위해 결혼 30주년 기념 첫 시집 출판기념회 열어
“날마다 조수석 앉아 있는 아내는 내 기사이자 방향, 늘 내 삶의 핸들 쥐어”

진안군청 이호율 상전면 맞춤형복지팀장(왼쪽)과 그의 아내 유공임 상하수도과 수도운영팀장, 지난 11일 출판기념회 모습

“처음 본 순간/ 그녀는 머물고 싶은 이름이 되었다.”

‘조수석에 핀 온기 한 송이’라는 제목의 시 일부다. 30여 년 전 아내를 만났던 첫 순간을 남편은 이같이 표현했다. 진안군청 상전면 이호율 맞춤형복지팀장. 두 달 후면 60세가 되는 그는 이 시에서 “조수석에 앉아 있는 그녀- / (중략) 그녀는 내 기사이자 방향이다./ 운전대를 쥔 적 없지만/ 삶의 핸들은 언제나 그녀가 쥐고 있었다”고 노래했다. 이어 “술자리보다 그녀의 조수석이/ 나를 더 사람답게 만들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고 시를 마무리한다.

시 속의 그녀는 이 팀장의 아내이자 직장동료인 유공임 진안군청 상하수도과 수도운영팀장이다. 둘은 날마다 전주서 진안까지 차량 한 대로 출근한다.

이 팀장은 앞서 지난 2023년 초 <한울문학> 시인으로 등단했다. 등단 후 꾸준히 시를 썼다. ‘운호(雲湖)’라는 호도 얻었다.

그는 생애 첫 시집을 발간해 지난 11일 진안문화의집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시집 속에는 일상에서 얻은 느낌 말고도 아내를 향한 속 깊은 ‘사랑의 메시지’가 무려 30편가량 실려 있다. 결혼 30주년을 맞은 이날, 이 팀장은 아내에게 첫 시집을 헌정했다. 그것도 하객 200명가량의 면전에서.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특별한 선물이었다.

사실, 아내인 유 팀장도 남편에게 별난 선물을 했다. 남편의 첫 시집 출간을 주도하고, 출판기념회를 적극 지원한 것이다. 부부가 서로에게 결혼 30주년 최고의 선물을 주고받은 셈이다.

첫 시집에 실린 시들은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팀장이 주중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순간순간 메모했다가 주말을 기해 정리하고, 그다음 월요일 아침 지인들과 카톡 문자로 공유한 것들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기획홍보실 홍보팀장으로 발령이 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월요일 아침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진안군청 이호율 팀장이 전하는 바람소리’라는 제목으로 카톡에 시를 적어 보냈다. 그때부터 ‘시 쓰는 팀장’으로 통했다.

그는 카톡 시 전송에 대해 “직장인들이 으레 느끼는 월요일 아침의 ‘작은 무게’, 그것을 덜어주고자 건넸던 위로의 글”이라고 했다.

그의 시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 감정을 사색으로 여과시킨 결정체다. 월요일 아침 1차적으로 타인과 공유한 시들이 아내 유 팀장의 손으로 간추려져 첫 시집으로 탄생했다.

시집에는 시 78편이 네 부분으로 나뉘어 20편가량씩 실렸다. 1부는 설렘이 피어나는 봄, 2부는 열정의 한 조각 여름, 3부는 바람이 걷어가는 시간 가을, 4부는 새하얀 침묵, 눈꽃 피어나는 겨울이라 제목을 달았다.

남편의 첫 시집을 두 손으로 감싼 후 유 팀장은 “시에 녹아 있는 남편의 마음을 잘 받았다”며 “그의 마음속에 뿌리내린 붉은 꽃이 되고 싶다”고 했다.

1967년생인 운호 이호율 팀장은 1986년 동암고 졸업 후, 군입대를 전후해 사탕공장, 옷공장, 국수공장, 방수업체, 하천돌망태공장, 한약재료거래상 등을 옮겨 다녔다. 1992년 진안군청에 농업직 공채로 입사, 정천면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부귀·안천·용담·성수면에서 근무했고, 마이산관리팀장, 축산진흥팀장, 홍보팀장, 인력지원팀장 등으로 일했다.

초임 시절 정천 갈거마을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똑 부러진 적절한 상황 보고로 “똘똘한 친구”라고 주목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안=국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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