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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전주 공연] 마치 11월의 바람과 같았다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11.27  / 최종수정 : 2017.11.27  22:56:29
   
▲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정도상 소설가

2017년 11월은 전주에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온 달이지만, 1917년 11월의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혁명이 시작되었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달에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혁명은 짧고 예술은 길다. 레닌의 혁명은 100년을 견디지 못하고 81년 만에 막을 내렸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가 한창 전쟁을 하고 있을 때인 1951년에 창단되었다. 러시아 혁명은 100년을 견디지 못했지만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내가 굳이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이유에는 ‘모스크바’라는 도시에 대한 어떤 경외 때문이다. 어쨌든 인류사를 뒤흔든 혁명이 일어났던 도시가 아니던가.

전주 공연은 특이하게도 ‘전곡 차이코프스키 래퍼토리’로 채워졌다. 얼마 전부터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4번>을 차에서 CD로 듣던 중이라 아주 반가웠다.

첫 번째 래퍼토리는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이즈였다. 공연의 시작을 밝고 활기차게 열어주어 좋았다. 궁정 무도회에 온 것처럼 어떤 설렘이 느껴졌다. 선남선녀가 궁정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떠올리며 들었다. 첫 시작 부분의 주제가 <교향곡 제4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래퍼토리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였다. 세르게이 크릴로프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오케스트라는 모스크바의 거리며 골목을 바람이 누비는 것처럼 폭발적인 힘으로 연주를 이어나갔고, 세르게이 크릴로프는 열정적이면서 화려한 솜씨로 연주했다. 특히 세르게이 크릴로프의 카덴차는 바이올린의 기교가 어떤 것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코드를 빠르게 짚어가는 손가락과 밀고 당기고 튕기는 활의 움직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두 번의 앙코르를 통해 세르게이 크릴로프는 바이올린의 천재다운 솜씨를 최고로 뽐냈다. 특히 두 번째 앙코르곡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24번>이었다. 파가니니의 작품을 다루는 천재의 압도적인 기량과 파워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세 번째 래퍼토리는 <교향곡 제5번>이었다. 1악장은 클라리넷과 플루트 등의 관악기들이 ‘애수’라는 주제를 이끌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의 현악기는 주제 위에 슬픔의 소리를 슬쩍슬쩍 얹었다. 2악장에서는 엄숙하면서도 요염하고, 상냥하면서도 고상한 연주로 안단테 칸타빌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3악장은 조금 가벼워져서 어깨춤을 추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는 왈츠풍의 주제가 연주되었다. 4악장에서는 종교적인 위엄과 정적 그리고 신 앞에 나선 사람들의 삶이 최고조의 조화를 이루며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번 연주는 마치 11월의 바람과 같았다. 카라얀이나 번스타인이 화려한 기량의 주술사라면 마에스트로 유리 보트나리는 춤추는 어머니 같았다. 유리 보트나리는 대지의 혼을 일깨우고 그 혼과 함께 아이들을 가만가만히 길러내는 어머니처럼 신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유리 보트나리가 최초의 바람을 일으키면 그 아이들인 오케스트라는 대지의 혼을 일깨우는 생명의 바람을 만들어 냈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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