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학교 신축공사가 기약없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학습공간을 기대하던 여고생 9백여명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열악한 교육환경을 인내하고 있다.
지은지 48년이나 된 현재의 학교 건물은 그나마 소유권이 다른 사학재단에 넘어간 상태에서 사실상 교실을 빌려쓰고 있는데다 시설투자도 중단돼 교육여건은 최악의 상황이다. 더욱이 올초에는 소유권을 넘겨받은 인근 대학측이 고교 이전을 예측, 운동장마저 주차장과 잔디 정원으로 바꿔 놓아 여고생들의 활동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 1900년 개교, 1백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기전여고의 사연이다.
김연태 교장은 9일 “중화산동 시대를 마감하고 효자동 서부 신시가지에 교사(校舍)를 신축·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으로 수차례 연기돼오다 올초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며 “교육부의 특별 교부금 지원이 없을 경우 학교이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이전계획이 난관에 봉착한 것은 전주 기전중·여고(학교법인 호남기독학원)가 지난 1970년대 법인에서 분리된 전주기전여자대학(학교법인 전주기독학원) 소유의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토지 3만여평과 학교부지를 교환하면서 시작됐다. 효자동에 마련한 토지중 약 2만평을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나머지 1만평의 부지에 기전중학교와 여고 건축비를 충당할 계획으로 교육부의 승인을 얻었지만 지가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자구노력에도 불구, 학교 신축비용에 30여억원의 차액이 발생한 것.
김교장은 “비가 오면 건물에 누수현상이 발생, 컴퓨터등 기자재에 비닐을 씌워야하고 최근에는 공포영화 제작팀이 한달반 동안 학교에서 촬영을 했을 정도로 건물 노후상태가 심각하다”며 “소유권이 있는 기전여대측에서 학교를 비워달라고 압박, 학교이전을 미룰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 증·개축이 아닌 신축 이전의 경우 교육부 재정지원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학교측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올초 의무교육 기관인 중학교라도 먼저 이전해 달라는 관할청의 요청에 따라 기전중학교 공사를 서둘러 마친 건설회사측에서도 미지급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같은 법인의 기전여고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학교 신축공사는 85%정도 진척됐지만, 건설회사측에 변제해야 할 부채도 상당액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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