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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전주 기전여고 이전 어떻게 되나

전주 기전여고가 효자동 서부 신시가지에 교사를 신축,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채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사진은 현재의 교사(왼쪽)와 공사가 중단된 건물.../안봉주기자 안봉주(bjahn@jjan.kr)

 

개학과 함께 2학기 수업일정이 시작됐어도 또다시 새 건물로는 등교하지 못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게 한 두번이 아니어서 지은지 반세기나 되는 낡은 교사(校舍)로 들어서는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교육환경을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900년 개교, 1백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주 기전여고.

 

중화산동 시대를 마감하고 효자동 서부 신시가지에 교사를 신축, 이전할 계획이었던 이 학교는 자금난으로 공사가 다시 중단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지게됐다.

 

48년이나 돼 내구연한을 이미 넘긴 현재의 학교 건물은 그나마 소유권이 다른 사학재단에 넘어간 상태에서 사실상 교실을 빌려쓰고 있는데다 시설투자도 중단돼 교육여건은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3∼4월에는, 여름극장가를 겨냥한 공포영화가 이 학교에서 촬영됐을 정도. 또 큰 비가 내릴 경우에는 컴퓨터등 기자재를 비닐로 덮어놓아야만 건물 누수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더욱이 올초에는 소유권을 넘겨받은 인근 대학측이 고교 이전을 예측, 운동장마저 주차장과 잔디 정원으로 바꿔 놓아 여고생들의 활동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김연태 교장은 “개교 1백주년에 맞춰 지난 2000년말 효자동 신축 교사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으로 완공이 수차례 연기돼오다 올초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며 “학교이전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특별 교부금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이전계획은 전주 기전중·여고(학교법인 호남기독학원·이사장 윤여권)가 지난 1970년대에 법인에서 분리된 전주기전여자대학(학교법인 전주기독학원·이사장 조세환) 소유의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토지 3만여평과 학교부지를 교환하면서 시작됐다. 효자동에 마련한 토지중 약 2만평을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나머지 1만평의 부지에 들어설 기전중학교와 여고 건축비를 충당할 계획으로 교육부 승인을 얻었지만 지가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자구노력에도 불구, 학교 신축비용에 30여억원의 차액이 발생한 것.

 

올초 의무교육 기관인 중학교라도 먼저 이전해 달라는 관할청의 요청에 따라 기전중학교 공사를 서둘러 마친 건설회사측에서도 미지급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같은 법인의 기전여고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이전 문제는 공원부지를 포함, 1만2천여평의 협소한 부지에 서로 다른 두개의 법인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중·고교및 대학에 재학하는 6천여명의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 까닭에 마찰이 빈번해 진 것.

 

전주 기전여대는 당초 기전여중·고교와 같은 재단인 호남기독학원에서 설립한 학교였으나, 1975년 전라기독학원으로 재단이 개편된 후 다시 1979년 전주기독학원으로 분리돼 나갔다. 그러나 학교건물은 중·고교와 한울타리안에 놓여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것.

 

현재의 부지에 학교를 증축하기 위해서는 신규로 토지를 매입해야 하지만 학교 주변이 공원부지와 도로인 관계로 토지매입이 불가능, 교사를 이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게 기전여고측의 설명이다.

 

현재 이 학교 신축공사는 85%정도 진척된 상태이지만, 법인측이 건설회사에 변제해야 할 부채가 적지 않아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완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측이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지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교육청 사학지원 담당자는 24일 “당초 법인측이 학교이전 계획을 세우면서 부족할 것으로 추정한 예산 10억원에 대해 교육부가 이미 재정지원을 해줬다”며 “교육부가 같은 명목으로 부족한 차액을 다시 지원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학교재단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교육환경을 기대하던 9백여명의 여고생들은 이미 소유권조차 넘어가 시설투자가 중단된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게된다.

 

사학지원 교육계 반응

 

재단측의 자금난으로 학교 신축공사가 기약없이 중단된 전주기전여고 문제를 보는 교육계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운동장과 강당등 기본적인 교육공간조차 잃어버리고, 내구연한이 훨씬 지난 낡은 건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하루빨리 새로운 교육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학교측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 개정논의와 맞물려, 다른 나라에 비해 그 비율이 월등히 높은 우리 나라 사학은 국민의 교육기회를 확충해주고 국가및 지방의 교육재정 압박을 완화해 준 만큼 획기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공·사립 어느 학교로 가든지 교육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설립자 부담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나온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들이고 선지원 후추첨방식에 의해 교육당국이 배정해 준 학교인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이 재단의 사정에 의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학재단의 무책임한 학교운영 관행을 들어 책임을 강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사학재단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시설투자 재원을 적립,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사용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일부 사학재단이 악용, 학교를 기업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영사업에 나선 사학재단이 학생들을 볼모로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970년대 학교수요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정부가 지역 유지와 재력가들에게 사립학교 설립을 권장, 각종 혜택과 함께 학교운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면서 지속돼 온 잘못된 관행을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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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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