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20 19:06 (목)
“함께 사는 아파트 만들고 싶어요”…경비원에게 해외여행 선물
“함께 사는 아파트 만들고 싶어요”…경비원에게 해외여행 선물
  • 천경석
  • 승인 2018.08.21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 아파트 5블록 정수현 씨, 제주항공 ‘오렌지 서프라이즈 데이’ 응모
택배기사·청소 아주머니에게 커피 등 무료 제공하는 ‘한 평 카페’ 운영해 화제 되기도

“아파트 하면 삭막한 공간을 떠올리는데, 제 아이들이 사는 곳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함께 사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파트 경비원에게 특별한 해외여행을 선물한 입주민 정수현 씨(36)의 말이다.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데시앙 아파트 5블록 경비원 박성군 씨(66)는 최근 ‘특별한 여행’을 경험했다. 지난달 입주민들로부터 해외여행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의 특별한 여행은 제주항공이 그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오렌지 서프라이즈 데이’ 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오렌지 서프라이즈 데이는 제주항공이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응모자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받아 선정된 주인공에게 항공권을 선물하는 이벤트다.

14번째로 진행된 이번 이벤트 사연의 대상은 박성군 씨였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아파트 일이라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좋게 봤던 아파트 입주민 정수현 씨가 이벤트에 사연을 응모했고, 사연을 접한 제주항공에서도 감명받아 당첨자로 결정했다.

아파트 경비원 박 씨는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항상 밝은 웃음과 함께 경례하며 인사해 주민들에게 ‘경례 아저씨’로 불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연을 듣고 정말 감명받았다. 아파트에 이런 주민과 경비원이 있다는 게 참 행운”이라며 “항공권은 물론이고 특별히 숙박비와 체류비 모두 지원하게 됐다. 경비원 아저씨께도 좋은 경험을 선물하게 돼 우리 역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정 씨와 제주항공은 한 달여 동안 상의하며 이벤트에 공을 들인 결과 항공권 전달도 특별하게 진행했다.

정 씨가 입주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사연을 소개했고, 80여 가구의 입주민이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입주민들은 항공권뿐 아니라 평소 박 씨에게 생각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모아 함께 전달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경비실에서 만난 박 씨는 “내가 특별히 잘한 것도 없는데 주민들이 좋게 봐줘서 이런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입주민이 없으면 나 같은 경비아저씨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기억하면서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두 눈이 벌게졌다.

이번 이벤트를 주도한 정 씨는 지난 3월 아파트 1층에 ‘한 평 카페’라는 ‘셀프 카페’를 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택배 기사, 청소 용역 직원, 경비원 등을 위해 카페에는 커피와 녹차, 율무차와 종이컵, 온수, 물티슈까지 마련돼 있고 원하는 사람이 알아서 음료를 만들어 마시도록 했다.

정수현씨가 운영하는 '한평 카페' 모습. 사진제공=정수현 씨
정수현씨가 운영하는 '한평 카페' 모습. 사진제공=정수현 씨

‘한 평 카페’부터 이번 이벤트까지 “서로를 생각하며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정 씨는 “한 평 카페를 처음 설치할 때 테이블과 컵, 보온병 등을 산 건 맞지만, 이후 주민들이 음료와 사탕, 고구마 등을 함께 채워줘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니 우리 아파트는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서로 인사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넓어진다면 이 사회도 더욱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