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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17) 11장 영주계백 13
[불멸의 백제] (217) 11장 영주계백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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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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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결사대를 따라 청으로 진입한 계백은 청 안쪽에 서있는 타카모리를 보았다. 옆에 그림 같은 미인이 타카모리에게 딱 붙어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여자에게 의지하고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의 눈이 초점이 또렷한 대신 타카모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치켜뜬 눈, 벌린 입, 엉거주춤한 자세가 그렇다. 이것은 계백이 눈 깜박하는 순간에 본 장면이다. 생명체는 이 짧은 순간에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 순간 계백이 소리쳤다.

“다 죽여라!”

영주이며 대백제 은솔, 대장군, 대륙을 누비며 당왕 이세민의 눈알을 뺀 용장 계백이 손수 칼을 쥐고 외친 것이다. 벽력 같은 외침, 이 외침을 들은 수하 결사대는 누구인가? 계백을 따라 수십번 전장을 누빈 역전의 용사들이다.

“와앗!”

처음으로 결사대의 외침이 터졌다. 전투는 기세로 승부가 난다. 접전, 난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기가 오른 용사의 기세는 일당백이 된다. 내려치는 칼날은 제아무리 검법의 달인이라고 해도 막아내지 못한다.

“으악!”

앞을 가로막던 가신 하나의 비명을 시작으로 청에 살육이 일어났다. 치고 받는 싸움이 아니라 도살장이 된 것이다. 막는 시늉을 했지만 시늉이고 대부분 단칼에 베어진다. 계백은 결사대 사이를 빠져나가 타카모리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 타카모리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다가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는 중이다. 타카모리의 팔을 잡아 부축한 여자가 없었다면 넘어졌을 것이다. 타카모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상황에 빠진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장의 전투에 선 적도 없다. 앞을 가로막은 위사 하나의 어깨에서 허리까지를 베어 넘어뜨린 계백이 타카모리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옆에서 위사 하나의 칼날이 날아왔지만 어깨를 비틀어 피하면서 칼로 목을 쳤다. 피가 분수처럼 튀어 계백의 몸에 뿌려졌다. 그때 타카모리는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여자와 함께다.

“타카모리!”

계백이 벽력처럼 소리쳤다.

“나는 영주 계백이다!”

천둥 같은 소리가 청에 울렸을 때 살아있던 두어 명의 가신, 위사가 주춤했다. 놀란 것이다. 그때 타카모리도 숨을 들이켰지만 머리를 돌리지는 않았다. 여자만 이쪽을 보았을 뿐이다. 그때 계백이 한걸음 뒤까지 다가가며 다시 소리쳤다.

“너, 타카모리 아니냐?”

“아니오!”

타카모리가 엉겁결에 소리친 순간이다. 계백의 칼이 날아가 타카모리의 뒷머리를 쳤다.

“아악!”

타카모리의 비명이 청을 울렸다.



밤, 자시(12시)가 되었을 때 자리에 누워있던 하세가와가 마당에서 울리는 소음에 몸을 일으켰다. 말굽 소리, 외침, 부르고 꾸짖는 소리가 내실까지 들린 것이다.

“누구냐!”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면서 소리치자 문 밖에서 집사 요시다가 소리쳤다.

“모리 님이 오셨습니다.”

모리는 타카모리의 위사부장으로 500석을 받는 가신이다. 하세가와가 문을 열자 앞쪽 마루 밑까지 와있던 모리가 헐떡이며 소리쳤다.

“하세가와 님! 큰일 났습니다!”

이제 주변에 등불을 든 하인, 경비병이 모여 섰기 때문에 모리의 몰골이 드러났다. 피투성이다. 하세가와의 시선을 받은 모리가 소리소리쳤다.

“다 죽었습니다!”

하세가와의 눈빛이 강해졌고 모리의 입꼬리가 떨렸다.

“계백군이 내궁을 기습해서 청에 있던 가신, 위사들을 몰살시켰습니다. 계백이 선두에 섰습니다!”

“……”

“내궁으로 진입해서 주군의 마님들, 일족까지 모두……. 내전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습니다!”

“……”

“그리고는 주군과 나미코님을 사로잡고 마장의 말을 타고 모두 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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