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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최고의 감독이십니까?
당신은 최고의 감독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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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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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세계적인 축구팀들은 모두 최고 수준의 경기장을 가지고 있다. 경기장도 경기장이지만 그 중 축구팬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아마 드레싱룸일 것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서려 있는 그 곳은 팬들에게는 매우 신성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명문구단들은 이런 팬들의 심리를 이용,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의 로커를 유료로 볼 수 있는 관광상품까지 만들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전북현대도 비슷한 상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대구FC의 새 전용구장이 전 석 매진을 기록하며 지역관광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는 소식은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드레싱룸은 어떤 곳으로 느껴질까? 최근, 유명한 축구선수 메수트 외질은 자서전에서 “나는 드레싱룸이 마치 동굴 같아서 그곳에서 가능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후반 시작 전 15분이 마치 시계가 멈춘 것처럼 너무 늦게 흘렀다”라고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곳은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휴식의 장소가 아니었다. 이기고 있다면 나머지 후반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것이고 지고 있다면 전세를 뒤집기 위한 치열한 전략과 고성, 감정이 표출되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죽어야만 끝나는 대결을 앞둔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에게 대기실은 곧 이 세상에서 마지막 거쳐 가는 지옥의 관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시절 외질은 조제 무리뉴 감독이 상대팀에 두 골을 앞서고 있는데도 하프타임에서 자신을 강하게 질타하자 “감독님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면 직접 나가서 뛰지 그래요?”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무리뉴는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따뜻한 물에 샤워라도 하고 싶어? 가서 샤워나 해라. 우린 네가 필요없다. 넌 지네딘 지단이 아니야! 알아? 비슷한 수준조차 되지 못해!”

후반전을 앞두고 축구화를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향했던 그는 나중에야 감독이 자신이 유일하게 가장 존경했던 지단을 빗대 강한 자극을 줬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음을 책에서 고백했다.

어릴 적 터키계 독일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힘들게 자랐던 외질이 축구로 큰돈을 번 후 오히려 가족 간의 갈등, 소속 구단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을 때 무리뉴는 이렇게 충고 했다고 한다. “축구는 내게 모든 걸 줬다. 그러나 축구는 내게서 모든 걸 가져가기도 했다.” 라고......,

멘유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경은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가졌다.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드레싱룸에서 선수들을 향해 격하게 쏟아내는 고성 때문에 선수 머리카락까지 휘날리게 한다고 해서 지어준 것이다.

퍼거슨은 한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선수들을 올드 트래포드에 내보내면 나를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다. 매 경기마다 이긴 건 절대 아니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늘 이기고 싶었고 이기려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절대 하지 않은 것이 있다. 포기를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투지는 절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마지막 15분간 넣은 골은 2백번이 넘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것도 실력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드레싱룸과 같은 공간을 만난다. 문제는 감독의 조언과 질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여부다. 애정이 담긴 말이 사람을 움직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인생의 감독님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나는 과연 지금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감독이 되고 있나 반문해 본다.

인간성 심리학자 에릭 번은 “과거와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되는 미래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책임 떠넘기기와 지적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잘못한 사람을 가리느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나 먼저 변화하고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시간으로 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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