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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700년 살아있는 화석 ‘마가서회’를 가다 (하) 전주 판소리 미래를 보다
판소리 700년 살아있는 화석 ‘마가서회’를 가다 (하) 전주 판소리 미래를 보다
  • 천경석
  • 승인 2019.03.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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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객 모으는 무대
전통 그대로의 모습 이어
전주 판소리와 교류 기대

우석대 공자아카데미와 전북일보가 중국 판소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마가서회를 찾았다.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전홍철 원장과 판소리 예능인이자 현 전통문화고·슬로시티 전주학교 강사인 박윤희 선생이 함께했다. 마가서회 당일 공연장(들판)에 들어서자 그곳은 이미 수많은 인파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제야 실감 났다. 이곳이 마가서회구나. 상상했던 공연장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사람이 찾는 진정한 축제

사람이 찾지 않는 축제장처럼 처참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가서회에서 가장 놀랐던 것이 넓은 들판을 가득 채운 수많은 인파였다. 이처럼 많은 인파는 중국 내에서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신기한 점은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이 얼굴에 유쾌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3인으로 구성된 예인들이 벌써 한자리 차지해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지켜보는 관객은 2명뿐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악기연주와 노래를 이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들판 여느 곳에나 자리를 잡고 공연을 벌이는 예인들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이 모습이 바로 700년을 이어온 ‘마가서회’의 모습이었다. 이날 마가서회는 광장 한복판에 펼쳐진 460개 난장에,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판소리 연희패 1336팀이 경연했고, 25만여 관중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 전통 그대로를 잇는 모습

마가서회도 엄연히 대회다. 무대를 가장 잘 펼친 장원을 뽑는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전통을 그대로 잇는 방식이 나온다. 바로 예인 자신들의 기량을 가격으로 매겨 팔 수 있는 ‘사서(寫書)’라는 제도다. 장원은 ‘사서’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구매가 확정된 사람에게 주어진다. 과거 중국 판소리 공연은 경조사 행사를 위해 돈을 주고 초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관습이 이어졌다. 실제로 가격을 정할 때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옷소매 안에서 손가락의 개수를 확인하는 경매 방식도 동원된다. 대회에 참가한 예인들은 자신의 공연을 구입한 사람과의 계약서를 주최 측에 제출하고, 주최 측은 진위를 조사한 후 최고가를 기록한 예인을 장원으로 공식 발표한다. 장원 가격은 1980년대에는 200위안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만 위안(약 180만 원) 이상이며, 2008년 1만9500위안(약 35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 교류를 꿈꾸며

이날 마가서회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함께한 박윤희 선생이 무대에 올랐다. 전홍철 원장이 판소리와 단가를 설명하자 수많은 중국인 관객이 카메라 들고 무대 앞으로 몰려왔다. 아마도 한복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단아한 의상이 눈에 띄었기 때문일 터. 한국어는 몰라도 큰 소리로 부르는 소리와 북 반주, 부채를 이용한 발림이 신기했던지 관중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공연하는 예인들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모였기 때문에 중국인들조차 공연 내용을 알 수 없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예인뿐 아니라 관람하는 사람 모두 공연을 느끼고, 즐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마가서회는 이처럼 선명한 특색을 지닌 전통 민간곡예 교류 장소이자 문화공간으로서 중국에서 최대규모와 유구한 역사를 함께 지녔다. 우리가 마가서회를 찾은 목적은 바로 한국 판소리 연구와 판소리의 현대적 활용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중국 민간 곡예의 활화석이라 칭하는 마가서회가 연로한 예인들의 감소로 쇠락 추세를 보이는 모습은 한국 판소리의 모습과 빗대볼 만하다. 중국은 위기에 직면한 마가서회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그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곡예문화원 건립을 결정하고 1년여 분투 끝에 중화곡예전람관 등을 건설했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의 판소리도 계승뿐 아니라 보존과 홍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 예인들을 전주로 초대해 공연하고, 더 많은 한국의 예인들이 마가서회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꿈꿨다.


● 박윤희 선생(한국 판소리 예능인, 현 전통문화고·슬로시티 전주학교 강사)

박윤희 선생
박윤희 선생

“내년에도 마가서회 설창대회에 참석하고 싶어요.”

박윤희 선생이 커다란 붉은 꽃무늬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자 중국 관객들의 이목이 쏠렸다.

이때 무대 앞에 펼쳐진 수많은 관객을 보고 박 선생은 얼마전 봤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 공연 장면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공연 전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온통 붉은색으로 장식된 무대 위에 올라 관객의 검은 머리를 보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긴장한 느낌 없이 단가 사철가와 판소리 흥보가의 한 대목을 멋지게 뽑아냈다.

그는 “그동안 중국에서 판소리나 아리랑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한국의 전통음악을 생소하고 신기하게 받아들이는 듯 느껴 신기했다”며 “이번 체험이 문화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문화를 공유하는 인류이고 갈수록 심해지는 인종차별갈등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것도 음악이라고 생각됐다.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이 끝나고 중국 현지 방송국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많은 사람이 기념사진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응했다. 인터뷰는 다음날 중국 아침방송에 나왔고, 전주에 돌아와서 영상도 받아 볼 수 있었다.


● 전홍철 원장(우석대 유통통상학부 교수, 공자아카데미 원장, 실크로드영상연구원 원장)

전홍철 원장
전홍철 원장

“세계 각국의 판소리를 우리가 조사 수집해 세계 판소리 보존국의 지위를 선점해야 합니다.”

전홍철 원장에게 이번 마가서회 방문은 수년 전 기획했던 염원 중 하나였다. 수년 동안 기획했던 ‘판소리로드’ 영상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

세계 각지의 판소리를 찾아 촬영하고, 한국에도 판소리가 있다는 것을 중국에 알리기 위해 ‘2019 중국 유랑예인 판소리 대회’인 마가서회에 참여했다.

“짧은 시간의 한 차례 공연이었지만 뜻밖에 중국 언론 매체에서 크게 보도해 좀 놀랐다”는 전 원장은 “향후 한국의 판소리에 대해 중국에서 관심이 높아질 듯해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는 없었던 중국곡예전시관이 마가서회 광장에 크게 들어선 것을 보고 부러웠다”면서 “전시관을 자세히 살펴보니 중국 곡예사와 마가서회 역사에만 관심을 두고 세계 판소리 역사는 빠져 있었다.

우리나라로서는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판소리를 조사하고 수집해 세계 판소리 보존국의 지위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허난성=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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