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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한국영화 세련되게 변화…영화 그만두고 살라면 전주에 살고 싶어”
임권택 감독 “한국영화 세련되게 변화…영화 그만두고 살라면 전주에 살고 싶어”
  • 천경석
  • 승인 2019.05.06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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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클래스
“내가 좋아하는 영화하며 살 수 있었다는 게 큰 행복”
“돈벌이 수단으로만 제작되는 현실 달라져야” 꼬집어
임권택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임권택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보수적인 도시 전주에서 영화제를 한다는 게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잘 되고 있잖아요. 참 좋은 도시입니다. 영화 그만두고 살라면, 전주에 살고 싶어요.”

2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질문에 임권택 감독은 “영화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참 어렵다”면서도 애정을 듬뿍 담아 말했다.

임 감독은 20년 전 제1회 개막 때부터 영화제를 찾았고, 영화제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특별전도 열리며 깊은 인연이 있다. 성년을 맞은 이번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임 감독의 1979년작 ‘짝코’가 상영되며 다시 전주를 찾았다. 곁에는 배우자 채령 씨와 송길한 작가가 함께했다. 상영이 끝난 후 시네마 클래스를 통해 임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짝코’는 1980년 개봉한 작품으로, 전투경찰 출신 송기열(최윤석 분)이 악명 높던 무장공비 ‘짝코’ 백공산(김희라 분)을 쫓는 내용을 담았다. 개봉한 지 40년이나 지나다보니 어색해 보일지 모르지만, 군사정권 시절 한국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3장짜리 짧은 소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송길한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임 감독이 감독을 맡으며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 ‘짝코’ 속 두 주인공은 이데올로기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좌우익으로 나뉘어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상영 후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쉬움이 짙게 깔린 목소리로 “중간중간 많이 훼손됐고, 개연성 없이 덧붙여진 곳도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며 “나 말고 또 누가 편집한 것 같다. 괘씸하다”고 털어놨다. 당시 독재시절 검열을 꼬집은 것.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장의 눈 속에는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이 심겨 있었다. 관객들도 그의 말에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임 감독은 “우리 영화가 계속 세련되어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그 많은 돈을 이런데다 넣어서, 관객들에게 무엇을 심어줄까 걱정”이라며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의 생각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보다 돈벌이 수단으로만 영화가 제작되는 현실은 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화제작 현실을 꼬집는 거장의 말에 일순간 숙연해지기도 했다.

한국 영화사를 말하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 60년 넘도록 한국 영화를 위해 일했고, 100편이 넘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찾았다. 자신의 영화 인생에 대해 임 감독은 “나쁜 영화도 많이 만들고, 좋은 영화도 더러 만들었다. 50년 중반부터 영화계에 있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만 하며 살 수 있었다. 참 행복한 인생이다”며 “완벽한 영화는 없다. 완성을 지향하다 끝나는 것이 영화 인생”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봐주시고, 아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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