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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61. 신천습지의 나비와 가재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61. 신천습지의 나비와 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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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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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습지.
신천습지.

만경강에서 미국가재가 발견되었다. 만경강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재를 보니 만화영화 개구리 소년 왕눈이에 나오는 가재가 생각났다. 욕심 많은 권력자인 투투의 부하인 가재는 무지개 연못의 평화를 깨며 행패를 부리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특히 투투의 딸인 아롱이의 남자친구 왕눈이와 가족을 괴롭히며 투투와 함께 미움을 받는 가재는 미국가재를 닮았다. 이 미국가재가 발견된 강에는 ‘신천습지(新川濕地)’가 있다.

신천습지는 고산천과 소양천이 합류하는 완주군 삼례읍 회포대교에서 하리교까지 이어지는 약 2km 길이의 만경강 하도습지(河道濕地)이다. 신천습지는 만경강에서 생태계가 가장 우수한 곳으로 특히 중앙부에 퇴적물이 쌓여 생긴 섬인 하중도(河中島)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게다가, 신천습지가 생겨난 이유를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 아픈 우리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생명을 품은 곳이라 특별하기도 하다. 일제가 만경강을 직강화하면서 그 결과로 자연이 만들어낸 습지가 바로 ‘신천습지’이다.
 

만경강 인근 율소제에서 찍은 미국가재. 사진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만경강 인근 율소제에서 찍은 미국가재. 사진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풍요로운 강이란 말이 걸맞은 만경강 일대는 우리나라 벼농사의 중심지였다. 그렇다 보니 일제 강점기 집중적인 수탈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 목적 아래 만경강 고유의 모습도 달라졌다. 만경강을 농경지에 물을 대는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일제는 구불구불한 만경강의 물길을 펴며 길고 넓은 제방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직강(直江)화했던 것이다. 고지도에 그려진 만경강의 굽이쳐 흐르던 유려한 물길과 일제 강점기 이후 모습을 비교해 보면 옛 강의 흔적과 변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직강화의 여파로 옛 물길이 지났던 곳에도 습지가 생겨났고 현재 회포대교 인근에 제방이 생기면서 소양천이 만경강으로 합류되면서 퇴적물을 쌓았고 그곳에 생물들이 자라나면서 습지 생태계가 자연스레 생기게 되었다. 물이 만나는 곳으로 유역이 넓은데다가 곳곳에 수중보가 조성되어 있어 유속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습지 내에 많은 하중도가 있어 습생식물, 수생식물 등 다양한 식물종과 군락이 분포하고 있고 어류의 산란처이자 서식지로 많은 새들이 찾는 곳이다.

이 지역 일대 습지식생의 식물은 왜개연꽃과 노랑어리연꽃 등 연꽃군락과 마름모 모양의 마름, 꽃대가 나사처럼 꼬불꼬불한 나사말, 꽃이 낙지다리 같은 낙지다리, 잎이 자라등 같은 자라풀, 네 개의 잎이 밭 전(田)자 같아서 ‘전자초’라 불리는 네가래, 부들, 달뿌리 풀, 흑삼릉, 고마리, 갈대, 줄 등이 군락을 이루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신천습지가 특별한 이유는 연잎에 가시가 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가시연꽃’이 발견되었던 곳이고,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북방식물인 개쇠뜨기 군락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꼬리명주나비’의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이 자생하여 군락을 이룬 곳이 바로 신천습지이다.

꼬리명주나비.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꼬리명주나비.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꼬리명주나비는 한때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던 나비였지만 환경오염과 농약 때문에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이 귀해지면서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분류돼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나비박사 석주명(1908-1950년)’이 이름을 붙인 나비로 제비꼬리처럼 가늘고 긴 꼬리를 가졌고 날개가 명주의 색과 무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수컷은 회백색 날개에 검은색과 붉은 무늬가 있는 반면에 암컷은 흑갈색 날개에 노랗고 붉은 무늬가 있는 호랑나비과의 한 종류로 꼬리범나비로도 불린다. 나는 모습이 아름답고 우아해 나비수집가들이 탐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중국 연해주 등에 분포하며 일본에 없는 나비였는데 1980년대 일본 수집가들이 우리나라에서 몰래 이식해 가 일본 동식물 도감에 올려놓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에만 알을 낳고 애벌레가 쥐방울덩굴만 먹기 때문에 쥐방울덩굴이 사라지면 꼬리명주나비도 사라지게 되는 공생의 운명을 지녔다. 그 두 연이 엮여 자생하는 연유로 신천습지와 만경강 상류의 둑길에서는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의 알과 애벌레를 살필 수 있는 주요 관찰지가 되었다.

신천습지는 만경강의 습지들과 더불어 습지 생태계를 형성하며 만경강의 허파로 불리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현재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진행하는 만경강 하천환경정비사업도 신천습지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고, 신천습지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 주민과 전문가들이 습지 생태계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이정현 사무처장은 “생물다양성과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신천습지를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경관지구로 지정하여 생태테마관광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며 생태계 교란을 자행하는 일들이 사라져야 한다며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경강 물길 비교. (붉은색 옛물길·푸른색 직강화 이후)
만경강 물길 비교. (붉은색 옛물길·푸른색 직강화 이후)

번식력이 좋은 외래종은 생태계의 균형을 깨고 파괴하는 주범이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미국가재나 황소개구리 돼지풀 등 외래종을 방치 혹은 식재하거나 풀어놓으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 생명의 물을 머금고 있는 습지는 자연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고여 썩기도 하며 어느새 사라지는 존재이기도 하니 정성껏 지켜내야 할 대상이다.

팔월의 뜨거운 햇볕이 습지를 내리쬐는 시기, 우리도 예측할 수 없는 국제정세와 일본과의 갈등으로 후덥지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간 그러했듯이 어떠한 시련도 잘 견디며 회복했던 위대한 민족성을 믿는다. 그리고 만경강 신천습지 바닥 깊은 곳에서 때를 기다리며 있을 가시연꽃의 씨가 꽃대를 올리고 그 위에 나비가 춤을 추고 토종가재와 금개구리가 노래하는 날을 그리며 지속 가능한 습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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