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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전북일상] <익산 골목을 걷다, 여산> “역사, 문학, 종교 유적지를 따라 여산을 걷다”
[소곤소곤 전북일상] <익산 골목을 걷다, 여산> “역사, 문학, 종교 유적지를 따라 여산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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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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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는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하여 이루어진 도시입니다. 그런 이유로 옛 이리시 지역은 도시 특성이 있는 반면에 14개 읍·면은 농촌 특성을 보입니다. 골목 풍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각 지역의 골목을 돌아보며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여산면(礪山面)은 다양한 역사 문화 유적들이 있는 특징을 가진 곳입니다. 여산(礪山)의 역사, 문화, 종교 유적지를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보았습니다.

 

여산의 중심
버스터미널


여산면(礪山面)은 익산의 동북부에 있는 지역입니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IC 인근에 있는 여산휴게소를 생각하면 위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행선 여산휴게소 뒤편이 여산면(礪山面)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산을 갈 때 시내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여산의 중심에는 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버스터미널에 내리면 가장 특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덕에 늘어선 커다란 느티나무 군락입니다. 어림잡아도 몇백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입니다. 면 소재지에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여산 동헌(東軒)과
천주교 성지

느티나무 언덕을 지나면 파출소입니다. 파출소를 끼고 왼쪽 골목으로 오르면 여산면 행정복지센터가 나오고 그 맞은편에 여산 동헌 건물이 있습니다. 동헌 안에 들어가면 보아야 할 것 3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전라북도 기념물 제116호로 지정된 느티나무입니다. 수령이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조선시대 태종 ~ 세종 대 여산 동헌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심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조선시대 여산군의 관아로 사용했던 여산 동헌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건축 시기는 조선시대 말기로 보고 있는데요. 벽과 방은 최근에 일부 개조하여 본모습을 잃었지만 비교적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답니다. 특히 추녀와 대청마루에서 한식 목조건물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출입문 근처에 세워놓은 비석입니다. 그중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비석이 척화비(斥和碑)입니다. 일렬로 늘어선 여산 부사들의 선정비 앞에 세워진 척화비는 흥성대원군 이하응의 명령으로 조선 각 지역에 세운 것입니다. 비석에는 “洋夷侵犯非戰則 和主和賣國”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요.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해를 하자는 것이니, 화해를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의미입니다.

여산 동헌 바로 아래에는 백지사지(白紙死址)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절터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을 당했던 곳입니다. 얼굴에 물을 뿌리고 백지를 여러 번 붙여 질식사시키는 방법으로 형을 집행했는데요. 이를 백지사(白紙死) 또는 도모지사(途貌紙死)라고 합니다.

마침 백지사지 울타리에는 인동초꽃이 붉게 피었습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겨울을 나는 인동초는 여러 차례의 고통스러운 박해를 견디고 우뚝 선 천주교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백지사지를 나와 오른쪽 골목길을 따라 여산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골목길을 향해 큰 꽃 한 송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덩굴식물인 큰꽃의아리(클레마티스)입니다. 꽃이 워낙 커서 한 송이만으로도 골목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골목은 여산 성당으로 이어집니다. 오래된 성당 건물의 특징은 붉은 벽돌입니다. 전주 전동성당이 그렇고 익산 나바위성당 또한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나바위성당에서 분리되어 1958년에 세운 여산 성당 건물도 그 전통을 이어받았습니다. 60년이 지난 건물답게 외관에서 지나온 시간이 느껴집니다.

성당을 돌아보면서 여산 순교성지 설명문을 보았습니다. 설명문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수장형을 당한 배다리는 물의 순교지이고, 참수형을 당한 숲정이는 불의 순교지, 백지사형을 당한 백지사터는 바람의 순교지라 부릅니다.

여산 성당을 나와 다음에 찾아간 곳은 불의 순교지로 부르는 숲정이 성지입니다. 성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붉은색 철쭉꽃이 떨어져 길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박해 당시 이곳에서는 신자들이 참수형을 당했는데 떨어진 꽃잎을 보면서 순교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숲정이 성지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25호입니다. 성지로 들어서면 피에타상과 마주합니다. 피에타상은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을 말하는데요. 이 피에타 상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여산
시장 풍경

숲정이 성지를 나와 다시 소재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버스터미널 가기 전 오른쪽에 있는 여산 전통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장날이 아니라 시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이곳은 5일 장날에 와야 볼 것이 있겠습니다. 여산의 유명한 짜장면도 먹을 수 있고요. 장날(1일, 6일)에 맞춰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시장을 빠져나와 여산교(礪山橋)로 가는데 다리 입구에 여산양조장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은 새로 지어 산뜻해 보이지만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막걸리 생산 공장입니다. 한때는 술 시장을 주도했던 막걸리가 소주와 맥주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쇠퇴하면서 대부분의 양조장이 문을 닫았지만 여산양조장은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산을 방문한다면 50년 전통 막걸리 맛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산양조장을 지나면 길가에 여산교 유물이 보관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다리를 만들면서 옛것을 남겨두었습니다. 흔히 새로운 공사를 하면서 옛것들을 없애면서 역사 흔적이 지워지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여산교 유물을 보면서 흐뭇해졌습니다.

여산교는 배다리라고 불렀던 곳으로 천주교 박해 때 신도들이 수장형을 당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여산교(배다리)를 물의 순교지라고 부른답니다.

 

남원사
가는 길

여산교 입구에서 왼쪽 제방길을 따라가면 남원사(南原寺)가 나옵니다. 제방길 가로수는 이팝나무입니다. 마침 하얀색 꽃이 풍성하게 피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이팝나무꽃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금계국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금계국꽃이 필 즈음에는 제방에 노란색 물결이 일렁일 것입니다.

남원사로 들어서는데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윤사월 초파일(5월 30일)에 하는 것으로 일정이 조정되었답니다.

이 시기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울긋불긋한 등으로 마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남원사에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8호인 미륵전이 있는데요. 미륵전 안에는 고려 중기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석불상이 있습니다.

 

여산 향교와
가람생가

여산 향교는 남원사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화산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면 왼쪽에 교동마을이 나옵니다. 지역마다 교동마을이 있는데요. 향교가 있는 마을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마을 입구에 홍살문이 있어 향교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산 향교는 약간 경사진 지형에 있으면서 전학후묘(前學後廟, 명륜당이 앞에 있고, 대성전이 뒤에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대성전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여산 향교를 보고 가람생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가람생가는 향교에서 남서쪽 약 2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습니다. 가람생가에 가면 가장 먼저 탱자나무를 보게 됩니다. 탱자나무는 일반적으로 관목으로 키우는데 이곳에 있는 탱자나무는 정원수로 가꾸면서 수형이 멋진 교목으로 자랐습니다.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탱자나무입니다.

집 구조도 꼼꼼히 둘러보았습니다. 초가집이지만 품위가 있는 집입니다. 아담하면서도 누추하지 않은 고택입니다. 생가 바로 옆에 있는 가람문학관에 가면 가람의 생애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침 문인화전이 열리고 있어 덤으로 작품 구경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역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
여산

가람 생가를 마지막으로 여산 골목길 답사를 마쳤습니다. 여산은 익산의 조그만 면 단위 지역이지만 골목골목마다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역사, 문화, 종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유적들이 있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여산 5일 장날(1일, 6일)에 찾아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글·사진 = 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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