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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원시 송동면 수해복구 현장 가보니…
[르포] 남원시 송동면 수해복구 현장 가보니…
  • 김영호
  • 승인 2020.08.12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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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키운 소인데"…사체 수거 모습에 '망연자실'
12일 남원시 송동면 세전리 세전마을에서 축사를 나갔던 소들이 돌아오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12일 남원시 송동면 세전리 세전마을에서 축사를 나갔던 소들이 돌아오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소도 죽고 나도 죽겠소. 어린 자식도 물가에 나가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는데 자식처럼 키운 소들을 물난리에 잃게 된 심정은 참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12일 오후 1시께 남원시 송동면 세전리 세전마을.

이날도 아침부터 오후까지 소나기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햇볕에 땅이 마르는가 싶더니 또 다시 내리는 비로 질퍽거리는 진흙탕으로 변해 복구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이 지역에서 25년 동안 한우 농장을 운영한 최재천(62) 씨는 살다가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란다.

최 씨는 “최근 남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도 했다는데 그러면 좀 상황이 나아지려나 모르겠다”며 “마을이 온통 폐허가 되다 보니 이 많은 피해를 언제 다 복구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 씨가 키우던 한우는 모두 130마리로 이 중 40마리만 남고 나머지는 폐사되거나 유실돼 피해액만 7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는 “대부분 한우 농가들이 그렇듯 한해 운영비만 1억원이 넘게 필요하고 사료비 대느라 빚을 많이 진다”며 “이번 수해로 한우 농가들이 망하게 생겨서 정부나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축사 관리 비용이나 복구 지원 인력들을 많이 투입해줘야 농가들도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마가 집어 삼킨 세전마을 일대는 축사에서 뛰쳐 나온 소들이 폐사하거나 유실됐다.

마을을 지나다 보면 폐사한 소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동물 사체 처리 업체가 굴삭기와 트랙터, 크레인 등 10여대를 동원해 수거에 나서고 있다.
 

12일 남원시 송동면 세전리 세전마을에서 군인들과 자원봉사자, 주민들이 축사와 주택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남원시 제공.
12일 남원시 송동면 세전리 세전마을에서 군인들과 자원봉사자, 주민들이 축사와 주택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남원시 제공.

남원축협 직원들은 주인을 잃고 마을을 배회하는 소들을 구조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전날에 50마리의 소를 구조한 남원축협은 이날 오후까지 소 15마리를 마을에서 구조했다.

구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소는 600kg 넘는 체중을 지녔는데 물난리에 굶고 지쳐서 구조에 나선 축협 직원들과 대치하며 난폭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종진 남원축협 경제본부장은 “송동면을 비롯해 인접한 금지면 일대에 소 1000여마리 중 절반 넘는 소가 폐사하거나 유실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남원축협에서 구조한 소는 감염병 검사를 실시해 금지면 축사로 옮겨져 이력제를 통해 주인을 찾게 된다.

이선재 송동면장은 “군,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등 하루 500여명이 넘는 복구 지원 인력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이 워낙 좁고 차량 통행도 어려워 피해를 입은 축사와 주택 중 도움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마을 주변을 정리해도 마을 주민들이 가축을 키우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번 집중호우로 금지면과 마찬가지로 마을 제방을 뚫고 들어온 물로 수해를 입은 송동면은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향후 수해 피해지역을 위한 지원과 함께 상습 침수 방지를 위한 국비 확보 등 본격적인 배수개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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