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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영화 '마테호른'] 외로움은 인류 진화의 결정적 요인

'외로움으로 사랑의 아픔으로 인생이 허무해 질 수 있다니' / 외로움을 이기려면 '순수한 사람을 만나라 신께 가까운 곳으로 가라'

네덜란드가 낳은 불세출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37년이라는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늘 고독했다고 한다. 그나마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테오’라는 동생이 후원자이자 동반자 구실을 해주었기에 가능했다. 반 고흐는 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불꽃같은 정열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하여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반 고흐의 작품 속에는 흔쾌히 자신을 희생한 동생의 숨결이 살아 숨 쉰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한 상담사의 닉네임이 ‘테오에게’다. 그는 내담자를 대하는 데 있어 테오와 같은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때로는 멘토로 때로는 파수(把守)꾼으로 기꺼이 자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14년 들어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3개월이 다 되도록 장기 상영 중인 네덜란드 영화가 있는데 바로 〈마테호른〉이다. 이 영화에 ‘테오’가 나온다. 여기서도 그는 영락없이 도와주는 사람의 소임을 다한다.

 

"외로우세요?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 보세요. 내 안의 힘만으로 극복되지 않는 게 외로움이랍니다."

 

세상을 홀로 무미건조하게 사는 ‘프레드’(톤 카스 분)라는 남자가 있다. 갑자기 부인이 하늘나라로 떠난 데다 하나뿐인 아들마저 집을 나가버려 맥 빠진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프레드의 일과란 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기도하고, 잠자는 게 전부다.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두려움으로 점철된 생활은 그를 판에 박힌 일상 속에 가둬버렸다.

 

어느 날 지적장애가 있는 남자 ‘테오’(르네 반트 호프 분)가 그 앞에 나타난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주변에서 ‘호모’라는 말이 나오고, 교인들이 소곤대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의 아파트 벽에 ‘소돔과 고모라’라는 글자를 써놓는다. 교회 장로님들이 심방을 와서 테오를 돌려보내라고 압박한다. 프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테오와 함께한다. 아내 옷을 입은 테오가 춤추는 모습에 취해 아내의 환영과 만나고, 말 잘 듣는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아들 모습을 발견하였으니 테오는 이미 가족이나 다음이 없다.

 

사는 재미를 찾은 프레드는 두 가지 목표를 정한다. 아내에게 청혼했던 ‘마테호른’에 가는 것, 그리고 아들을 찾는 것. 둘은 경비마련을 위해 동요공연단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들 속에 들어가 양(羊)춤을 추는 테오의 티 없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순수와 만난다. 그에게 매료되어 공연요청이 쇄도한다.

 

마치 영화 〈레옹〉에서 킬러인 ‘레옹’이 12세 청순한 소녀 ‘마틸다’에게 반하고, 〈제8요일〉에서 성공한 강사 ‘아리’가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는 것과도 같이.

 

둘은 마테호른에 오른다. 독수리 부리를 연상케 하는 정상의 위용은 프레드의 문제를 아주 소소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보인다. ‘높고 험하기에 신께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믿는 프레드가 기도한다. 제목은 ‘외로움을 버려달라는 것’이다. 아내의 빈자리 앞에서, 고집 센 아들의 가출 앞에서 외로움으로 치를 떨어야 했으니….

 

영화는 아들이 게이바 에서 「이것은 나의 인생」이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리는데, 가사가 프레드의 마음을 대변한다. ‘우습지 외로움으로 인생이 허무해질 수 있다니, 우습지 사랑의 아픔으로 내 인생이 허무해 질 수 있다니’…….

 

홍콩영화 〈해피투게더〉는 외로움 버리는 곳으로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에 있는 지구 끝 등대를 추천했는데, 이 영화는 마테호른을 지목했다. 많은 영화가 외로움의 실체를 찾아 해결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이 영화가 내미는 답은 ‘순수한 사람을 만나라는 것’, ‘신께 가까운 곳으로 가라는 것’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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