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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비안도'] 13년째 목숨 걸고 육지나들이…"여객선 오가게 해달라"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비안도'] 13년째 목숨 걸고 육지나들이…"여객선 오가게 해달라"
  • 이일권
  • 승인 2015.03.17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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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객선이 없는 비안도 물양장(선착장)에 비안도 주민이 육지로 나가기 위해 어선으로 향하고 있다. 주민들은 육지를 왕래할 때 위험을 무릅쓴 채 소형어선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고향이 군산 비안도인 김모(50) 씨는 지난 설에 고향을 찾으려다 부모님이 육지로 나오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육지에서 설 연휴를 보냈다. 부모님 마중을 위해 가력도항에 도착한 김 씨는 섬에 있는 조카에게 전화로 도착 사실을 알리고 고마움을 전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부러 나오는 조카에게 사례나 수고비라도 주게 되면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바람에 선물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선 등 개인선박의 경우 승선인원 초과는 물론 운임료를 지불하는 여객행위를 할 수 없고, 수고비나 상부상조이든 본인의 운임료가 일부 반영됐다는 의사를 가지고 지불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생길 경우 그야말로 낭패이다. 이 때문에 김 씨 가족이 비안도를 찾는 대신 부모님이 육지행을 택하신 것이다.

김 씨는 “15분이면 가는 고향을 눈앞에 놓고 대중교통이 없어 오지 아닌 오지가 돼버리는 바람에, 매년 명절마다 기가 막힌 일이 13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이유야 어떻든, 최소한의 이동권은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새만금 가력도항에서 4.5㎞ 떨어진 비안도에는 187세대 주민 413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지난 2002년부터 올해로 13년째 뱃길이 끊겨 있다.

▲ 지난 2013년 8월 비안도에서 열린 환경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여객선을 다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평소 위험을 무릅쓰고 1-2톤짜리 선외기에 몸을 실은 채 육지 나들이에 나서고 있는 주민들도 명절은 물로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소형 선외기는 풍랑이 불 때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데다, 연료비도 만만치 않아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선외기가 없는 주민과 관광객은 개인 어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비안도는 2012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25억 원(국비 20억 원, 지방비 5억 원)으로 도시민이 섬마을의 정취를 느끼고, 자연의 향기에 취해 휴식할 수 있는 섬으로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섬을 찾는 관광객과 주민을 위한 선박이 운항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지난 2010년부터 전북도와 군산시,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비안도~가력도 간 도선 운항을 요구하는 등 교통대책을 촉구해 왔지만 현재까지 도선운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2012년 8월 자체 도선사업단을 구성해 도선면허 신청 시 필요한 ‘가력선착장 점사용 승인 신청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했지만, 새만금 행정구역 문제 등으로 인근 지자체들이 가력선착장 점사용 승인을 반대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 소형어선이 정박해 있는 비안도

새만금 매립지 행정구역 획정을 둘러싼 자치단체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군산시와 김제시·부안군 등 인접 시·군간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행정구역 갈등은 지난 2010년 안전행정부가 3·4호 방조제의 행정구역 귀속지를 군산시로 결정한 것에 김제시와 부안군이 결정 취소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2013년 11월 대법원의 판결로 관할권이 확정되면서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1·2호 방조제에 대한 행정관할을 둘러싼 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안도 주민들은 가력도 선착장 이용을 요구하는 반면, 부안 측에서는 부안 어민들의 필요에 의해 오랜 기간 요구로 만들어 낸 가력도에 선착장을 요구하는 것은 새만금 행정구역 획정을 겨냥한 군산 측의 노림수라며 반대하고 있다.

▲ 군산 비안도∼가력도간 뱃길이 사라져 비안도 주민들의 불편이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주민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군산시는 비안도 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해상교통편을 확보하기 위해 비안도~가력도 간 도선운항을 위한 가력도 선착장 점사용 승인 및 전북도 차원의 분쟁 조정 및 행정지원을 요청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고육책으로 선박검사 시 선외기 승선인원을 늘려 위법 요소를 줄이고 어선을 기타 선박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구명조끼를 배부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확보하는 조치만 취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는 10월 이후 혹은 내년 4월 이전까지 새만금 1·2호 방조제에 대한 행정관할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와는 별개로 시 차원에서 주민 이동수단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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