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이라는 인어가 있다. 바위섬에 사는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하게 하거나, 선원이 배에서 뛰어내리게 하는 등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매혹적인 암살자이다. 세이렌(Seiren)이라는 단어가 훗날 경보를 의미하는 ‘사이렌(Siren)’으로 변화한 것을 보면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래는 죽음을 알리는 ‘경보’였을 것이다.
이런 세이렌이 사는 바위섬이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열섬’이다. 열섬 현상은 도시 지역이 교외 지역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열섬 현상의 원인은 도시환경이다. 시멘트 건축물과 아스팔트 도로는 태양열에 쉽게 달궈지고 열기를 내뿜는다. 또한 공장, 자동차, 에어컨 실외기 등을 통해 나오는 인공열도 많다. 이 열기는 밀집된 고층건물에 갇혀 기온을 상승시킨다. 이런 원인으로 인해 도시지역은 열섬 현상이 더해져 폭염과 열대야가 더 자주 나타난다.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매혹적인 환경들은 도시의 열섬을 부르고 있으며, 이러한 열섬 현상은 세이렌의 노래처럼 우리를 은밀하게 암살하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열사병은 뇌가 익는 병이라고 할 정도로 무서운 온열질환으로 시기를 놓치면 절반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그러므로 폭염 시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중에는 그늘을 이용하며, 물을 충분히 자주 마시고,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한여름 낮의 폭염은 밤의 열대야로 이어진다. 낮 동안 뜨거워진 지표면의 열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열대야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게 된다. 열대야를 이겨낼 수 있는 생활습관은 잠자기 전 걷기나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과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카페인음료나 술을 섭취하거나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 사용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멀리하는 것이 좋다.
기상청은 폭염에 대비할 수 있도록 ‘폭염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일 최고기온이 폭염주의보는 33도 이상이 2일 이상,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한다. 또한 ‘폭염 영향예보’를 통해 폭염 영향 전망과 함께 영향 분야별 위험수준과 대응요령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여름철 생활기상지수로 ‘더위체감지수, 불쾌지수, 열지수’ 등 대국민 기상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일상화되자 우리나라 주요도시들은 도심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나무심기나 건물 옥상을 정원으로 바꾸는 등 녹지 확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녹지는 도시기온을 낮춰줌으로써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세이렌이 경보가 된 것처럼 ‘기상정보’가 우리를 지키는 ‘경보’라는 것을 인지하고, 폭염과 열대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평소 안전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매일 발표되는 기상정보에 귀 기울인다면 도시 열섬에서도 안전하게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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