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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과 정동영

한국정치 소중한 자산 고향 사람들 생각하면 서로 윈·윈할 길 찾아야

▲ 이재호 동신대 교수

4·13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전북사람들이다. 누구를 혼내줬다거나, 어떤 당에 표를 몰아줘 정치지형을 바꿨다거나 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다. 정세균과 정동영이라는 호남의 걸출한 두 정치인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가 뭐래도 이 두 사람은 한국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고민깨나 했다. 누구 이름을 먼저 써야하나. 다선(多選) 순이라면 6선의 정세균이지만 정동영(4선)은 2007년 집권여당의 대선후보였지 않은가, 두 사람 다 잘 아는 나로서는 곤혹스러웠다.

 

정동영에 대해서는 애증이 엇갈린다. 총선 전엔 그의 낙향 출마에 대해 언짢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힐난도 했다. “대선후보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고작 후배들의 앞길이나 막는 거냐.”고.

 

그러나 미국의 전설적 하원의장 토마스 오닐(1912-1977)은 “모든 정치는 지역적(All politics is local)”이라고 했다. 지역과 정치인의 관계는 물과 고기와의 관계와 같다는 얘기다. 정동영이 권토중래를 도모한다면 그 곳은 고향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는 의원선거에서 세 번 낙선했는데 모두 서울에서였다. 그를 다시 외지로 내몰 만큼 우리들은 완벽한가?

 

전북이 취해야 할 건 그가 좌절 끝에 얻었을 그 무엇이다. 이미 두 번의 당 대표와 한 차례 장관(통일부)을 지낸 그가 민심의 바닥에서 건져 올렸을 지혜와 비전, 용기를 한국정치를 위해서 쓰도록 하면 될 일이다. 그는 본디 영민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지금 거론되는 대권주자 중 그만한 대중흡인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단언한다.

 

정세균은 합리적이고 온건하다. 여야를 떠나 누구나 좋아하고 신뢰한다. 야권에선 DJ와 친노를 함께 끌어안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으로 꼽힌다. 의정활동도 뛰어나다. 그 또한 세 차례 당대표와 한 차례 장관(산자부)을 지냈다.

 

그의 저력은 종로에서 여당의 잠룡 오세훈을 꺾고 재선에 성공한 데서도 드러난다. 강단도 있고 기업의 임원 출신답게 실물경제에도 밝다. 2011년에 벌써 대권을 염두에 두고 ‘국민시대’라는 싱크탱크를 만들 만큼 권력의지도 강하다.

 

정세균은 요즘 대권 당권 국회의장, 셋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그가 어떤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정치에서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는 은퇴로 가는 자동코스다. 그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

 

나는 전주 삼천동의 한 막걸리집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정세균과 정동영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정녕 없는 걸까. 둘 사이에 대해선 나는 잘 모른다. 오랜 정치적 맞수여서 이런저런 경쟁을 하다보면 소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선 앞에선 서로 윈-윈 할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쯤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고향사람들의 어떤 열망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대선에서 호남이 독자적으로 정권을 창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솔직하다. 지금 떠오르는 인물들도 하나 같이 저쪽이다. 그렇다면 결국 연대, 연합의 형태로 맞설 수밖에 없다. 아마 우리는 곧 지역과 지역, 인물과 인물 간의 현란한 합종연횡의 수 싸움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현장에 정세균과 정동영이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판을 흔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괜찮다. 전북의 두 준재(俊才)가 펼쳐 보일 한 수 한 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전북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광주 전남이 고향인 나는 그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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