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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성폭력없는 세상 만들어가야

 

언제 수마가 있었나 싶게 맑은 하늘의 곱게 핀 뭉게 구름이 어느때 보다도 청량한 아침이다. 첨단 자동 시스템을 갖추고도 실제 활용하지 못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자산을 상실했는가 하면 교통 통제의 한계로 인해 엉킨 도로의 차량들을 보며 재난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우리 살림 운영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동 경보기의 작동이 늦어서 피해가 커지고 배수 펌프시설을 작동해도 실제 주민을 대피시키거나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설에서 보호중인 청소녀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다 갑작스레 나타난 3명의 건장한 남자들에 의해 납치를 당하였다. 보호소의 선생님과 함께 집을 가다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여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이후 가해자인 의붓아버지와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연락을 받고 어머니와의 면회를 시점으로 하여 가족들이 결행한 일임이 밝혀졌다. 

친족 성폭행의 경우 대부분 피해당사자의 어머니가 그 피해에 대해 침묵하거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 아니면 가해자와 함께 사실 아닌일로 생떼를 쓰거나 가해자를 두둔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해 청소녀는 어머니 만나기를 두려워하였다. 

어머니가 보고 싶으나 자신의 맘과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아 만나기 며칠 전부터 직접 대면 보다는 자신의 사실을 편지로 전하겠다고 하며 어머니에게 전해줄 편지를 들고 나갔다. 이번 만큼은 어머니가 자신의 맘을 믿어주고 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납치된 일이 있은 4일후 나타나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경찰서를 찾아간 친족 성폭력의 피해자인 청소녀는 상담하고 고소를 의뢰한 담당 경찰에게 가족들과 함께 와서는 고소하고 싶지 않았었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갔다. 근친의 공식 같은 일이었기에 우리는 모두 가슴앓이를 했다.

같은 날 서울 지방법원에서는 대가성 없는 청소년 성매매는 처벌할 수 없다며 15세 가출소녀에 대한 5명 성인 남성의 성폭력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사생활과 애정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결문을 예시하고..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으로 잠잘 곳을 요청한 15세의 이 소녀에게 가한 성적폭력이 사생활과 애정의 자유라는 용어로 정리 될 수 있는 것일까. 

15세의 어린 소녀를 성적대상으로 한 성인남성과의 관계는 결코 이성간의 애정관계라 볼 수 없음에도 사생활과 애정이 자유라는 기본권으로 판시하므로 성인 남성의 자유에만 관심을 가진 재판부의 성의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으며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편견과 시각의 전환은 진정 가능한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9월에 군산에서 일어난 윤락가 화재 사건에서 매매춘 조직과의 유착과 상납관계가 매매춘 여성의 일지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

죽음의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생존자인 K양의 증언이 그 사실을 밝혀 주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그 진실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매매춘의 본질이 매춘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법 인신매매 조직과 매춘을 강요하는 폭력이 있고 이들과 방조내지 협력하는 공권력이 있다. 

여기에서 많은 여성들이 윤락녀의 굴레를 쓰고 매춘 조직의 손아귀에 붙잡혀 법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10여년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법들이 제. 개정되었다. 우리 사회에 평등하고 건강한 성문화,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향한 힘찬 행진속에서 얻어진 소중한 법들이 그 실천과정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모두의 진정한 인권의 회복으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법제정 목적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항에 대한 사회보호 기능의 강화와 보호 기능 영역의 확장.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법정신을 살려내는 재판부의 시각전환, 윤락 여성에게 부과된 사회의 무관심과 낙인을 지우고 인간이기에 누려야할 기본권에 관심은 기우릴 줄 아는 사회적 분위기와 성평등 의식의 고양, 그위에 이 모든 것들을 지켜내려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공동체적 책임감이 어느 때 보다 더 필요된 때라고 생각한다.

 

 

/ 박상희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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