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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두 농부의 교활한 지혜

미국 캔서스주의 어느 한적한 농촌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농부가 황소, 돼지, 칠면조를 한 마리씩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황소는 이제 너무 늙어서 일도 제대로 못하니 잡아서 스테이크로나 구워 먹을 생각으로 어느 날 밤 이 농부는 도끼를 들고 서서히 외양간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 재변인가. 그 늙은 황소가 "이 늙은 소를 죽이셔도 고기 맛은 별로 일 것이니 저를 살려주시면 비밀 한 가지를 알려드리지요."라고 애걸한 것이었다. 그 황소는 왈 "차라리 저 칠면조를 잡으셔서 그 발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면 언제 어디를 가셔도 행운이 따릅니다."

이 농부는 귀가 솔깃해져서 도끼를 들고 닭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랬더니 눈치를 챈 칠면조 왈:「제 목숨을 살려주시면 한 가지 신기한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 돼지를 잡으셔서 그 가죽으로 지갑을 만드시면 언제나 돈이 가득 합니다.

이 잔꾀에 넘어간 농부는 이제 다시 도끼를 들고 돼지우리로 가니 역시 마찬가지로 돼지 왈 "아, 저렇게 큰 황소를 두시고 이 못난 돼지를 잡으신다니, 그러시지 말고 제 말씀을 들으세요. 저 황소가 워낙 늙어서 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가죽으로 트렁크를 만드셔서 여행을 떠나시면 평생 가고 싶은 곳에 어디나 무사히 가실 수 있지요."

한 바퀴 돌아온 이 농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며칠 뒤에 칠면조 발, 돼지 가죽 지갑, 그리고 소가죽 트렁크를 들고 훨훨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서로를 비방하고 흠집을 내면 모두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일게다. 요즘 우리 정치 판을 연상케 한다. 정치 판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통폐를 연상케 한다. 물론 인간사회에는 어디나 있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검찰, 경찰, 민원당국에 들어오는 투서와 무고 등이 이웃 일본에 비하여 100배가 넘는다는 통계가 보도된 적이 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배고픈 것은 견뎌도 배아픈 것은 못 견딘다.'는 창피스러운 말이 있다. 

남북통일도 여지껏 안되고 있는 까닭도 이러한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면 자학적이라고 할까? 해방 후 국토가 분단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통일은 고사하고 우리는 혈육의 생사 여부도 모르고 있다가 이산가족의 극소수만이 이삼일동안 상봉하여 눈물바다를 이루다가 다시 헤어져야하는 단장의 슬픔을 겪는다. 

 

이제는 모두 오래 전에 통일된 월남이나 독일과 같은 다른 어느 분단국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비극이다. 그래서 밖에서는 우리의 이러한 사정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가히 짐작이 간다. 

이 글의 제목을 '두 농부의 교활한 지혜'라 했으니 또 한 농부의 교활한 지혜를 보자. 어느 사람이 한산한 시골길을 가다가 자동차가 얕은 개천에 빠졌다. 궁지에서 당황하고 있을 때 한 농부가 큰 황소를 몰고 지나가다가 이 딱한 사정을 보고 기꺼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것은 밧줄을 자동차에 매어 황소가 끌어올리는 지혜였다. 

그런데 밧줄을 맨 다음 그는 '쌤쓴(소 이름)아, 이영차, 이영차' 하고 구령을 하는데 웬일인지 황소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트로이야, 이영차, 이영차」하고 고함쳐도 황소는 역시 막무가냈다. 세 번째는 '마이크야, 이영차, 이영차'하고 구령을 하니 그 황소는 그때서야 자동차를 거뜬히 끌어올렸다.

왜 두 번이나 다른 소 이름을 불렀느냐고 묻는 질문에 이 농부 왈 "마이크는 두 눈을 못 보는 장님이라서 처음부터 자기이름을 부르면 왜 힘든 일은 자기에게만 시키느냐는 불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나 눈 뜬 다른 소들이 못하는 일도 자기는 해낸다는 자존심을 이용하려고 있지도 않은 다른 소 이름을 불렀노라."고.

 

 

/ 박춘호 (부경대 석좌교수·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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