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티모르가 독립되면서 지구상의 가족이 190개로 늘어났다. 지구가족을 식구(食口)로 비유하면 싱가폴·스위스와 같이 잘 사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미국·독일과 같이 중요한 나라가 있고 또 이디오피아·콩고 처럼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에는 그 나라에 맞는 국격(國格)이 있다고 한다. 마치 우리몸을 체력(體力)과 체격(體格)으로 나누듯 나라도 국력(國力)과 국격(國格)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 신문의 아라이 준이치(新井淳一) 편집국장은 국가의 격을 나타내는 국격(國格)에는 3가지의 격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힘과 매력 있어야 발전
첫째는 세계에서「호감(好感)」을 받는 나라이고, 둘째는「힘」을 통해「자립(自立)」하는 나라로 강하고 매력적인 나라(strong and charming country)이며, 셋째는 힘보다는 매력을 강조하여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 반짝 반짝 빛나는 매력적인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느 격에 해당할까.
국민의 정부는 지난 4년간('98∼2001) 엄청난 구조개혁과 기술개발에 집중하여 IMF 당시 39억불인 외환보유고가 세계5위인 1076억불로 늘어났고, 지난 35년간('62∼'97) 867억불의 무역수지 적자가 841억불의 흑자로 바뀌어 외국언론이나 투자기관에서도 우리를 모범국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과학기술 경쟁력 평가에서도 10위로 평가받고, 기초과학 수준 또한 세계 14위로 성장하여 이젠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꽤 커졌다. 이런 연유로 지금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 하나쯤 나올 만하다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노벨상에 담겨있는 신뢰와 존경의 품격을 얻기위해 노벨상에 도전하는 것처럼, 국격(國格)이 높아지도록 국가위상을 키워 나가야 한다.
국격(國格)의 개념을 지방에 적용할 때 이를 지방격(地方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지방격은 준이치 편집국장이 지적한 3가지 격에서 첫번째 것은 전북지역에 아주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본래 호남지역은 농수산물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마음씨 착하고 인심도 좋으며 친절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은 전북경제가 자립수준에 이루지 못하고 인구수도 감소하는 추세에 있어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며, 세 번째 것 역시 미진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전북이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힘과 매력을 함께 키워 나가야 할 것 같다.
과학 인재양성에 투자를
이런 점에서 전북지역은 우리와 비슷한 여건을 갖추었으나 이공계 과학기술인력이 70%인 필랜드와 외국인 투자유치나 과학기술자 초빙활동이 가장 활발한 아일랜드를 벤치마킹하여 전북의 지방격(地方格)을 높이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하겠다.
전북지역에는 훌륭한 대학과 참신한 인재가 많이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인재가 많이 나와 경제적으로 활력이 넘치는 사회를 이끌어 가도록 지원해 나가야 하며, 아시아의 두뇌허브로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국제화에 필수적인 영어교육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최근 부산지역에서는 부산과학고를 과학영재학교로 지정하여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과학영재고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계획인 만큼,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창의적인 벤처정신을 북돋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알찬 기업을 일궈내 지역의 고용문제까지도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한 차원 높은 변화를 추구해나가면 전북지방의 地方格은 가장 활기차고 인정이 넘치는 대표격(代表格)으로 성장할 것 같다.
/유희열(과학기술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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