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악기의 소리를 중심으로 했던 제1회 축제와는 달리 인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아 내는 소리인 '합창'이 두드러진다.
본 행사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축제 홍보사절로 활동하고 있는 '체코 보니 푸에리 합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2002명 합창의 전야제, 축제의 문을 여는 개막공연 '세계의 합창', 행사기간 내내 공연되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연지홀과 덕진예술회관에서 5일간 펼쳐지는 '온누리합창제', 지난 해 극찬을 받았던 전동성당에서 4일간 '필리핀 산미겔 합창단 공연' 등 합창음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합창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또는 이런 저런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는 합창음악 애호가들에게 이번 소리축제는 진수성찬을 안겨줄 것 같다. 특히 그동안 유럽의 합창음악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번 소리축제는 제3세계의 합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크다.
합창음악은 인간의 목소리라는 단순해 보이는 도구를 이용한 음악이지만 합창단의 구성형태나 레퍼토리에 따라 매우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훌륭한 음악 장르이다.
올해 소리축제에는 소년합창, 혼성합창, 남성합창, 여성합창, 대편성합창 등 다양한 형태의 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형태의 다양함보다도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레퍼토리의 다양함이다.
서양음악을 중심으로 한 합창단에서부터 내몽고, 아프리카, 벨라루스, 그루지아, 마오리족 등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민족의 합창음악(서양음악에서는 이를 민족음악 또는 종족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음악과 차별화한다)이 소개된다.
합창음악의 가장 중요한 감상포인트는 앙상블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들어내는 합창음악은 그 자체로 공동생산물, 집단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음악적인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 가는가 하는 것이 합창음악의 포인트이다.
앙상블을 이루어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서양의 합창음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서양식 발성법에 의한 합창을 선호한다.
공명을 최대한 이용하여 잘 정제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발성과 치밀한 음악적 계산을 통해 다양한 소리를 조화(blending)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서양 합창음악은 매우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서양 합창음악의 특성은 서양의 합창음악이 카톨릭 미사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음악교육은 서양음악의 영향아래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합창음악 또한 서양 합창음악의 영향아래에 있다. 그래서 다양한 민족의 합창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이들의 합창음악은 서양의 합창음악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우리에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민족마다 노래부르는 방법이 다르고, 노래를 구성하는 방법도 다르며, 또 음악적 감수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소리축제의 합창음악을 즐기는 또다른 감상포인트는 각 민족마다 갖는 고유한 음악 구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불어 천편일률적인 우리의 합창음악을 어떻게 새롭게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 가능성을 찾아보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선입견을 가지고, 또는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골라서 감상하지 말고 여러 합창음악 프로그램을 단일 프로그램으로 삼아 갖가지 메뉴들을 비교감상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문윤걸(문화평론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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