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혁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정당의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과제를 "싸움정치 청산"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에도 정당이 우리처럼 매일같이 싸움으로 지새우는 나라는 없다. 원래 정당은 선거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따라서 총선·대선 기간 중에는 정당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선거가 끝나면 정치의 무대를 국회로 옮겨서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간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다.
정당은 선거위한 조직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선거시에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매일같이 각 당이 회의를 연다. 그 회의의 결론이란 예외없이 상대당을 비난하는 내용이고, 대변인은 이를 원색적으로 가공하여 국민 앞에 쏟아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당에서는 더욱 수위를 높여 직격탄을 퍼붓는다. 그러다 보니 정치싸움이 그칠 날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정상적인 정치싸움을 벌여왔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가 각당 보스의 대권전쟁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분석한다. 얼마전까지 여당총재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여당의 당권(공천권, 인사권, 재정권, 당론결정권)을 장악하여 이를 무기로 제왕적 총재로 군림해 왔다. 여당의원들은 총재인 대통령의 정권수호를 위한 첨병으로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어도 이를 비판할 수 없었다. 잘못된 당론에 반하는 소신을 펴는 것은 정치적 죽음을 무릅쓰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야당도 사정은 똑같았다. 야당총재는 당권을 독점하였고 당연히 차기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야당의 모든 활동은 총재의 다음 대선을 위한 것이었다. 야당의원들은 정권쟁탈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총재에 밉보인 야당의원은 살아남기 어려웠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치의 주역은 여당총재인 현직 대통령과 차기 야당 대통령후보인 야당총재 두 사람 뿐이었다. 나머지 정치인들은 이들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모적인 정치싸움은 어떻게 청산 가능한가?
첫째, 여당은 당정분리를 제도화하여 당권의 독과점적 지배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당·정을 분리하여 대통령이 여당의 당직을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여당의원들이 대통령의 사병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소수 몇몇 수뇌부가 좌우하지 못하도록 국민참여가 허용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 또 여야 모두 이미 채택된 제도이지만, 국민경선으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함으로써 누가 차기후보가 될 것인지 불확실하게 하면 대권경쟁으로 인한 정치싸움을 막을 수 있다.
당-정분리 국민참여 확대
둘째, 중앙당의 역할과 기능을 선거관련 업무로 국한시켜 대폭 축소·개편하고 정책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국회의원 중심의 의원총회로 이관하는 이른바 원내정당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정책활동과 입법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당의 정책위원회를 의원총회 산하로 이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을 지향해야 한다.
셋째, 국회 내에서는 당론을 뛰어넘는 자유투표(크로스보팅)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의원들간의 정책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당론"이라는 울타리 속에 국회의원들의 소신을 가둬 버린다면 여야간 정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의 조치가 여야간에 실현된다면 한국정치의 질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며, 국민들도 혐오스럽고 지긋지긋한 정치싸움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강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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