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이끄는 위나라 대군과 주유가 이끄는 4만 명의 오나라 수군 사이에 벌어졌던 적벽대전은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유명한 전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는 11월로서 북서풍이 부는 계절이었다. 조조 군의 진영은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오나라 군은 남쪽이어서 바람은 북서풍을 타고 조조 군의 진영에서 주유 군의 진영으로 불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오나라에 머물고 있던 공명은 전혀 뜻밖에도 주유에게 화공으로 조조 군을 공격할 것을 제안했다. 조조의 대군을 격파할 방법은 바람과 불을 이용하여 자연의 힘으로 이기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던 전략은 결과적으로 보기 좋게 성공하여 무려 30만 명의 조조 군이 불에 타 죽거나 물에 빠져 죽는 믿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했다.
어떻게 하여 이것이 가능했을까? 공명은 어릴 때부터 기상 관측에 관해 공부를 했다. 그래서 해마다 11월이 되면 북서풍이 불다가 2-3일 동안만 기류가 변하여 반드시 남동풍이 분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무역풍에 해당하는 이 남동풍을 이용하여 공명은 조조의 대군을 불바다 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변화의 눈을 보는 것은 적벽대전 때 남동풍이 부는 기류를 감지할 줄 아는 혜안을 가졌던 공명의 지혜와 같은 것이다. 변화란 대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 흐름을 간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변화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마침내 변화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을 때는 조조의 대군처럼 변화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게 중에는 눈여겨보지 않아도 될 만한 변화들이 있는가 하면, 비록 지금은 미천해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변화들도 있다.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무턱대고 변화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꼭 변화해야 할 것과 결코 변화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깨어있을 필요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미래사회의 변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며, 현실과 미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결국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오늘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접목하며 살아가야 한다.
바둑에서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당장 눈앞의 한 두 수에만 매달려 행마를 해나가는지, 상대방의 수를 면밀히 분석하며 국면 전체의 흐름을 읽는 행마를 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오늘 서울의 하늘을 나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한 달 후에 뉴욕에 엄청난 폭풍우를 동반하는 거대한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
자연 현상들 가운데 '나비효과'와 같은 카오스의 원리들이 작용하듯이,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인간 세상에도 카오스의 날갯짓은 얼마든지 발생한다. 그 작지만 중요한 변화들에 예의 주시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당신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작지만 중요한 변화의 조짐들을 감지하고 있는가? 그것을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미래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결국 미래 자신의 운명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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