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방송국에서 조선시대 여자 형사를 소재로 한 '다모'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우연치 않게 이 드라마를 시작부터 보게 되었는데 첫회에서 극중 인물중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이 '사주전'과 관련된 수사를 시작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주전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공론화 되었다가는 조정이 술렁일 것은 물론, 사주전을 대는 자들은 자취 없이 사라질 것이오.”
조선시대에 살지 않은 우리에게 '다모'처럼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 '사주전'이란 조선시대 민간에서 만든 위조 화폐, 즉 위조 엽전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화폐위조범죄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화폐위조범죄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실물화폐시대에는 화폐의 실질가치 또는 사용가치와 명목가치가 일치하므로 위조화폐를 만들 유인이 없다. 하지만 화폐는 거래를 효율적으로 매개하기 위한 교환수단으로서 나름대로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쳐왔다. 즉 실물화폐는 점차 금화시대와 금태환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法貨(legal tender)로 변모되었다. 이와 같은 발전은 인류가 화폐를 사용하면서 화폐의 본질이 사용가치가 아닌 사회 구성원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정보전달에 있으며 화폐의 가치척도 역할에 대한 사회적 믿음만 구축된다면 굳이 사용가치가 명목가치와 일치하는 화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 덕분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처럼 화폐의 명목가치가 사용가치를 크게 상회함에 따라 화폐에 부여된 공공의 신뢰를 이용한 범죄, 즉 위조화폐범죄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서양의 금화나 우리의 조선시대 엽전처럼 주화가 사용되는 시대에는 주화성분을 조작한 위폐범죄가 발생하였으며 지폐를 사용하는 오늘날에는 아예 위조지폐를 제작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케너, 컴퓨터, 프린터, 복사기 등의 고도로 발달된 인쇄기기가 저가에 일반인들에게도 제공되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위조지폐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지폐를 위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조지폐 발견 장수가 2001년 36%, 2002년 95% 증가한 데 이어 금년 상반기중에도 전년동기대비 7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신규로 발견된 위조지폐는 전년동기대비 141%의 급격한 증가율을 나타냈다. 최근 들어 화폐 위조가 과거 전문적 위폐범에 의한 대량위조 위주에서 컴퓨터 등을 이용한 소량위조로 전환되는 모습을 볼 때 화폐위조범죄의 해악을 일반인들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화폐위조는 화폐위변조 방지비용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화폐에 부여된 공공의 신뢰를 무너트려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이에 따라 화폐 위?변조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제207조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직접 화폐를 위조하지 않더라도 위조화폐를 취득한 후 위조화폐임을 알고도 사용하는 자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은행은 위변조화폐의 식별을 쉽게 하면서도 화폐의 위조가 어렵도록 은색선, 숨은 그림, 미세문자, 특정부분 볼록인쇄 등의 기법을 화폐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화폐의 위변조 방지요소에도 불구하고 위조기법의 발달로 인해 시중에서 위조화폐가 식별되지 못하고 한국은행으로 들어와 정사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도 화폐 위변조 방지요소에 대한 홍보를 지속해 나가겠지만 상인 등 현금을 많이 다루시는 분들도 한국은행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위변조화폐 식별요령을 익히는 등 각별한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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