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발표된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에 따라, 그 4년 후인 1991년 11월에 착공된 새만금간척사업은 1998년에 제 1호 방조제 공사가 준공된 이후, 잦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먼저 완공된 시화호의 수질오염이 현안으로 부각되어, 1999년 "새만금환경영향민관공동조사단”이 발족된 이래 2년 간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 보고서에 근거하여 2001년 5월 정부는 "순차적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개하기로 공식 결정한 바 있다.
이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환경에 관한 여론이 수렴되지 못하여, 찬ㆍ반 양측간의 물리적 충돌로 확대되기에 이르렀고, 그간 여러 차례의 소송 및 단체행동 등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특히 2003년 3월에 시작된 일부 종교인들의 "3보일배” 시위에 이어, 지난 6월 일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했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사업의 결과로 조성될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이 환경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보강공사 이외의 일체의 공사를 잠정 중지하라'는 판정을 내린다”고 하였다.
후속 본안 심사를 전제로 하였으나, 이로부터 사법부의 국가사업에 대한 관여의 범위ㆍ내용ㆍ성격에 대하여, 그리고 새만금호 수질 예측의 과학적 타당성에 관하여 시비, 논란, 맞고소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새만금 환경 논쟁에 대한 장관들의 입장마저도 서로 다르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자, 일반 시민들은 국가의 입장이나 원칙이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가가 이에 적절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불필요한 국론의 분열이나 지역감정의 고조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만금간척사업과 같은 국가적 대역사가 이렇게 표류하게 된 주된 원인은 사업의 진행과정에 관련된 여러 권위기관들의 전문적 권위 유지 및 대 국민 신뢰 확보가 미흡했던 때문이라 판단된다.
어찌하여, 사법부의 최근 "새만금사업 공사 잠정 중단” 결정을 위한 판단의 근거로서 "관련 자료의 제출이 미흡하여 수질관리 가능성이 불확실함”이 포함될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판결문에는 "양측이 제출한 관련 전문기관의 자료에 근거하여, 자문에 응한 관련 권위기관 '가, 나, 다'의 전문의견을 감안할 때......”와 같은 당연한 판단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지나친 욕심을 버리면 매사에 최선의 길이 보이고, 그렇지 아니한 극한적인 경우에라도 언제나 차선은 있는 것이다. 혹시, 새만금 환경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면 '더 이상의 사리사욕 충족이 어렵게 된다는 식의 유치한 발상'이 작금의 혼란에 개입되어 있다면, 이러한 발상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
둘째, 국가적 대역사의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매 단계마다 "하드웨어 비용의 일정비율을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사용하여” 사업의 부가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국제적 신문화 창조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에 연결하여야 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에는 사업의 타당성 검토로부터 해당 사업의 서비스 산업에 대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 분석에 이르는 다양한 측면에 관한 과학적 연구, 이해 조정을 위한 세부 방안 연구, 소프트웨어적 노력의 국가 이미지 연계에 관한 연구 등을 포함하는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지금도 늦지 않았다. 위의 소프트웨어 비용을 진행 중인 새만금사업에 적용한다면, 국가적 비용과 노력의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현재의 소모적인 환경논쟁의 와중에서 사라지고 있는 국가적 비용과 노력의 규모는 위의 소프트웨어 비용의 규모에 못지 않을 것이다.
넷째, 국가는 대역사가 두 가지 극단적인 이견 사이에서 표류하는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업의 향방에 관한 조속한 결정을 내리고, 그 이후에는 국가적인 의지로 일관하여야 한다. 장강삼협의 수몰을 감수하는 "중국 산샤댐 건설사업”에서 보듯이 대 역사에 대한 국가의 자주적인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후, 많은 시름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진정 시민과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과분한 사욕을 버린다면, 이런 외적 어려움은 내적 단결을 위한 잠시의 시련으로 왔다가 곧바로 물러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새만금 환경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나 국가의 운명이 아무리해도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아니한가?
/ 군산대학교 총장 임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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