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설치 문제를 놓고 두달여째 나라가 시끄럽다. 부안지역 민심은 이미 비등점을 넘어 섰지만 해결의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 가는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잇다.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시위가 과격양상을 띠면서 방화(放火)·군수폭행·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를 이미 겪었다. 그러고도 매일밤 부안읍내에서는 촛불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하늘이 두 쪽나도 우리 지역에 핵시설을 드렁서게 할 수 없다는 군민들의 의지는 결연하다. 누구도 그 기세에 눌려 쉽게 '자기 주장'을 내세울 수 없는 분위기다. 오직 반대만 있을뿐 찬성의 목소리는 분노의 함성에 뭍혀 들리지 않는다.
비등점 넘은 부안지역 민심
우리는 이미 13년전 안면도와 8년전 굴업도에서 방폐장과 관련한 악몽을 겪은바 있다. 지금의 부안 사태와 판박이다. 1990년 정부는 안면도를 과학시설지구로 지정하여 슬그머니 방폐장을 건설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들고 일어낫다. '핵시설 반대'와 '생태계 보존'을 외치는 시위대가 거리를 뒤덮었다. 성난 주민들이 관공서에 불을 지르고 이들을 진압하려던 경찰관들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다. 군 간부가 발가벗긴채 봉욕을 당하고 학생들은 등교거부로 저항했다. 결국 정부는 안면도를 포기햇다.
1995년 굴업도 때도 마찬가지다. 인천앞바다의 작은 섬 굴업도는 주민수도 적어 그리 큰 저항이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지금 부안과 같이 인근 지역 주민들이 들고 나섰다. 대학생들까지 가세해 인천 시청을 점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결국 지층조사 결과 활성 단층이 발견됨으로써 이 곳 역시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두 차례의 실패를 거울 삼아 정부가 8년만에 다시 선택한 곳이 위도다. 상상을 초월하는 정부 차원의 각종 지역개발 인센티브를 당근으로 내놨고 김종규 부안군수가 차선의 선택으로 이에 화답한 결과다. 그러나 군민들의 눈으로 보면 김군수는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군민들의 여론 수렴이나 의회의 동의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오늘의 화근을 그는 유치 신청과정에서 이미 자초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 방폐장 문제를 보는 도민들의 시각이 부안지역 주민들과 한결같을수는 없다. 직장이나 음식점이나 두세명만 모여 남아도 화제는 방폐장이다. 핵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유치에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얼마전 모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부안지역을 제외하고 미세하나마 유치쪽 의견이 우세했던 예도 없지 않다. 실제로 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지나치게 부풀려 진 감이 없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참작할 필요는 있다. 우리보다 앞서 방폐장을 유치해 오늘의 번영을 누리는 일본의 롯카쇼무라의 경우도 있지 않은가.
결국 방폐장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 두 말할것도 없이 정부가 적극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도 주민들이 싫다면 안면도나 굴업도와 같이 위도를 포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유로운 공론의 장도 필요하다.
마침 국무총리실이 방폐장유치 반대대책위측과 대화를 갖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대화 실무기구도 구성중이라니 전망이 밝아 보인다. 단 반대대책위측도 주민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군민들이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자기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항간에 들리는 부안지역의 경직된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d오늘 삼보일배(三步一拜) 반대 시위대가 전주에 도착한다. 평화적인 의사전달후 해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천만 다행한 일이다. 도민들도 부안군민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에 연민의 정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김승일(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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