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정(鄭)나라의 재상 자산(子산)은 ‘관용과 사나움’의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로 보았다. 당시의 정나라는 북쪽의 진(晋)나라, 남쪽의 초(楚)나라는 두 강대국의 압력을 받아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자산이 재상에 등용된 뒤부터 국내 정치와 외교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에 작은 나라지만 정나라는 이웃나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었다.
정나라를 이렇게 만든것은 두 말할것도 없이 자산이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가 잡힌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 자산이 그의 후계자인 자대숙(子大叔)에게 유언으로 남겼다는 정치철학은 다음과 같다.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너그러움(?)으로 백성을 복종케 할수 있다. 너그러움으로 다스리기 어려울 때는 사나움(?)을 따를수 밖에 없다. 사나움은 불이며 뜨겁다. 백성들은 이것을 보고 두려워 한다. 그러나 불에 타 죽는 사람은 적다. 물은 유약하다. 그러므로 백성들은 이것을 두려워 하지 않다가 빠져 죽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다스리기 어려운 관용보다는 사나움의 정치를 하라’
그러나 자대숙은 자산의 이 충고를 따르지 않고 관용의 정치를 택했다. 그 결과 정나라는 얼마 가지못해 혼란에 빠지고 말았으며 결국 무력으로 나라를 통치할수밖에 없었다. 훗날 공자(孔子)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관용의 정치를 하면 백성들은 방만해 진다. 방만해진 백성들을 채찍질 할 수 있는것은 사나움의 정치이다. 사나운 정치를 하면 백성들은 곧 위축된다. 백성들이 위축되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관용으로 사나움을 구제하고, 사나움으로 관용을 구제한다. 정치에서는 이것을 조화롭게 행해야 한다’공자의 이 말은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가 정치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압축해 주고 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달초 최측근인 최도술(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수뢰 혐의가 터져 나오자 비장한 심경을 토로했다한다. ‘나는 못채우더라도 차라리 개혁에 글 획을 긋고 중도에 물러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재산임을 묻겠다고 선언할 즈음이다. 노대통령은 ‘검찰과 국정원을 장악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정정말기에 내가 비참해 진다’면서 ‘검찰의 최전비서관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의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이처럼 사뭇 비장감까지 드는 심경 토로는 지금 한순간에 정치권을 대선자금 수사로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로 얼마전까지 재신임 정국이었다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치권은 지금 누가 더 검으냐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연일 검찰의 편파수사를 성토하면서 특검안 국회 통과를 벼르고 있다. 누가 누구를 더 나쁘다고, 부패했다고 타박할수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헷갈릴 지경이다.
정치권의 대선자금 공방 노대통령이 검찰의 철저수사와 정치자금 공개후 사면을 제의한 것을 보면 일응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약한 물과 같은 너그러움에서 불과 같은 사나움의 정치로 이행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2천년전 중국정치의 요체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면 노대통령의 결기있는 선택이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가중 한 사람인 처칠의 말대로 ‘지도자는 내일, 내달, 내년에 일어날 일을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 예언이 어긋났을 경우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수 있게 설명할수 있는 능력 또한 맞추어야 한다’는 말을 노대통령은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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