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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최근 우리 경제의 명암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았던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수출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호조를 보인 데 따른 반사효과로 올해 하반기에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보았으나 오히려 9월 이후 수출신장세가 크게 확대되면서 월간 수출금액 최대치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다. 이는 중국경제가 연초 사스(SARS)의 충격에서 벗어나 3/4분기중 9%가 넘는 성장을 하고 미국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의 수출이 9~10월중 40% 가까운 신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소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향후 수출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미국의 연말 소비수요 증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기업 등에 대한 소재 및 부품 수출의 호조 지속, 환율의 상대적 안정 등에 힘입어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소비는 2/4분기중 GDP 가계소비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2.3%를 기록하여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또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재판매액 지수 등을 참고해 볼 때 3/4분기중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구입을 미루게 되는 승용차, 가전제품 등과 같은 내구재의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물론 비교적 경기에 비탄력적인 준내구재 및 비내구재의 소비까지 감소세로 돌아 선 데다 최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서비스 소비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소비를 크게 위축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용사정의 악화를 들 수 있다. 지난해 3.1%를 기록하였던 실업률은 3%대 중반 전후로 상승하였으며 특히 계절변동요인을 제거한 후의 실업률은 10월중 3.7%까지 상승하였다. 경기부진의 지속으로 구직단념자수가 늘어나면서 취업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실업률 상승만으로 평가하는 것보다도 고용상황의 악화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 호조에 힘입은 생산 증가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못한 것은 고용이 통상 경기변동에 다소 후행하는 데다 기업들이 추가적인 인력채용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매월 조사하고 있는 기업경기조사에서도 대기업의 고용 BSI가 7월 이후 계속하여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여 인력 과잉상태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많아 고용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의 회복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소비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되었던 가계대출 위축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소비와 관련된 심리지표들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년부터는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우리 경제가 대외여건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경기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 증가에 따른 생산 증가가 고용과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소비 회복과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의 첨예한 노사간 대립이나 정치적 불확실성은 수출부문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고용상황 개선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사 양측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대화와 타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최성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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