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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앙드레 金과 봉남씨의 차이

 

'앙드레 김'은 한국 사회에서 잘 나가는 일류 의상 디자이너다. 그의 화려한 의상과 여자보다 더 짙은 화장술, 변성기 소년같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그에게 늘 신비로운 아우라(Aura)를 갖게했다. 그런 그가 연전 옷로비 청문회장에서 우리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한 일이있다.

 

'앙드레 김'의 우리말 이름은 김봉남이었다. '앙드레'는 그가 불란서에서 디자이너 수업을 받을때 스승이 붙여준 예명이라고 했던가? 아뭏튼 청문회장에서 그는 성명을 확인하자 '앙드레 김'이라고 대답했다가 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들었다. '그것은 예명 아닙니까. 본명을 대세요' '예 김봉남입니다'-그 순간 장내에 조용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경멸이 담긴 냉소라고 할만한 그런 웃음이 말이다.

 

경멸이 담긴 냉소

 

왜 일까. 왜 '앙드레'가 봉남씨로 바뀌는 순간 소리없는 냉소의 대상이 될까. 두말할것도 없이 '앙드레'와 '봉남'의 어울릴 수 없는 거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랑스어가 갖는 신비로움과 우리 토속어가 갖는 촌스러움(?)의 비대칭(非對稱)이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도 남을만 했을테니까. 사람들이 흘린 웃음은 그러나 분명 '앙드레'가 아닌 '봉남'을 향한 것이다. 봉남이란 이름이 갖는 이미지는 지금까지 '앙드레'로 덧씌워진 그의 아우라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웃음속에 담긴 비수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하고 느끼는 사고의 천박함을 감추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그 이름을 보건대 그는 분명 시록출신일 것이고 학벌도 별로 신통치 않을꺼야. 별로 내세울것도 없는 사람이 시덥지 않게 외국 예명을 써가며 사교계에서 행세를 했으니…'이런 생각, 이런류의 비웃음이 우리 사회를 관름하고 있고 그 천박하고 저급한 도그마와 비뚫어진 우월주의가 속좁은 편가르기와 마이너리티의 분노를 부추기게 현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치졸하다 싶은 오기 싸움도 바로 이런 앙드레와 봉남씨로 대변되는 '깨진 환상'으로부터의 반작용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보는 노대통령은 '앙드레'가 아닌 '봉남'씨일수 있다. 그래서 그의 천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참여정부 출범초기 청와대를 방문한 한나라당 몫의 방동위원 양모씨가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뀐것 같다'는 농담을 던졌었다. 농담이라고 하지만 정색을 한 상태였고 노대통령의 표정도 굳었었다고 한다. 그런 식의 도전적인 발언들은 군데군데에서 목격된바 있다.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청문회에서 '미양가'선생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엊그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은 YS가 '재야운동권 출신을 국회의원 시켜준 내게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은 또 뭣인가. 한 편의 코미디라고 밖에 할 수 없을것 같은 이런 식의 발언과 이런 식의 의식의 천박함이 한국정치의 낙후성을 부채질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식의 천박함

 

앙드레 김과 봉남씨의 거리는 그래서 한국사회의 물질적 외관과 정신적 결핍의 현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한껏 부풀려진 겉모습만 그럴싸한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의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필연적인 지루함과 어수선함을 쓸데없는 혼란으로 치부하는 고루한 사고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부안 방사성 폐기장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우리 자회상도 알게 모르게 그깆에 '봉남씨 당신이 뭔데'하는 조롱이 담겨 있는것은 아닐까? 그러니 우리모두는 결국 앙드레가 아닌 봉남씨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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