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지자체들이 지역성과 전통성을 갖춘 지역 고유의 지적재산에 대한 경제·문화적 가치의 재평가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정에서 형성된 기술이나 문화, 자연생태적 자산 등 지역의 특산물에서 설화, 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향토지적재산'을 토대로 지역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그 권리·상품화를 지원하고, 원활히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나간다는 취지에서 이미 1995년도에 민간 차원의 비영리 재단법인이 탄생되어 있었다. 이후 그 재단은 행자부, 농협,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농민신문사의 후원으로 2001년에 출범하여 2002년 설립 허가를 받아 이른바 ‘향토지적재산 살리기 운동’을 주도해 나가는 전문 민간기구인 ‘향토지적재산본부’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반세기전인 1958년 유럽에서는 ‘리스본협정’을 체결하고 지명과 관련한 향토지적재산의 권리를 인정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도 1995년부터 지역성에 근거한 ‘지리적 표시제’를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포함시켰던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맞추어 각 지자체들은 향토지적재산에 대한 조사발굴사업에 열심이다. 지역의 향토지적재산 목록화에 성공한 경기도의 경우, 이미 31개 시·군에서 모두 2,156건을 발굴해냈다. 또한 1997년 6월부터 향토지적재산권 발굴에 나선 충청남도에서는 55건을 발굴했다. 제주지역에서도 자치단체들이 일부 공인등록상표를 내세우는 등 브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무엇보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각 지자체들이 이상의 노력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정체성 확보, 지역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라북도는 ‘환황해권의 생산·교역 및 문화거점 육성’ 등을 특화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 문화영상·관광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마한, 백제, 후백제와 조선문화의 발원지, 근대 일제수탈의 현장 등 유서깊은 역사문화 콘텐츠가 풍부하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전통축제 등 유무형의 관광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서 최근 전라북도는 문화영상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즉 전북 영상산업 10개년 계획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로드맵이자 미래 청사진이다.
모두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예컨대 건강 트렌스포메이션 타운, 가상 전투 및 병영체험, 일제수탈사 영상박물관 등 각기 다양하여 세부사업은 무려 30여개 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입안 단계이며 내년 이후 추진과정에서 예산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그 계획에 입각해 문화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나아가 인력 양성을 비롯해, 각 지자체와 대학 등과의 통합 네트워크 형성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전북의 문화영상산업의 기반이나 역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1% 미만인 실정이다.
향토지적재산이라고 해서 모두 다 상품화하기는 어렵다. 지역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만이 수요자를 사로잡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북지역의 유구한 문화·역사·관광자원을 토대로 지역정체성 확보는 물론이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 인적자원 양성의 획기적인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
/임해정(군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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