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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2003년 경제 회고와 새해 전망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 경제를 돌아보자면 마음이 좋지는 못하다. 연초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어 지난해 보다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은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우리 경제가 이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금년 1/4~3/4분기중 우리 경제는 2.6% 성장에 그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연간으로는 2.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초 전망치인 5.7%는 물론이고 3%를 웃돌 것으로 기대했던 하반기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와 같은 부진은 주지하는 대로 소비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하고 투자도 소폭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던 데 따른 것이다. 고용사정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실업률이 전년보다 0.3% 포인트 높아져 3.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라크 전쟁,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등 대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수출이 9월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급신장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최근 해외 경제의 전반적인 호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크게 나아지지 못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노사분규 문제와 신용카드와 관련한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 등을 들 수 있다. 연초 불법파업에 대해 기업들이 노조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조치를 취하면서 야기된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은 이후 비정규직문제, 주5일 근무제, 정부의 노사개혁 로드맵 추진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면서 투자 및 근로의욕의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카드사간 과당경쟁으로 신용카드가 남발되면서 신용불량자가 속출하여 10월말 현재 360만명에 이른 것도 소비심리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새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2%로 발표했다. 미국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4%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도 8%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며 유럽과 일본 경제도 회복세를 보여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다소나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수출은 반사효과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겠으며 소비는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 향후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 등으로 인해 미약한 회복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금년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제약했던 노사문제와 카드채 문제 등으로 유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4%대로 하락할 수도, 6%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결국 새해 우리 경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또 정부가 시장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폄으로써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향후 우리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전북지역으로서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새만금 사업이 진통을 겪고 극심한 도내 갈등에도 불구하고 위도 원전수거물처리장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군산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전주의 문화영산산업 수도 지정 등의 사업도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LG전선 군포공장의 도내 이전과 다임러현대상용차의 합작법인 설립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부디 새해에는 도민들이 힘을 모아 암초에 걸린 현안들을 풀어내고 전북지역이 앞장서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성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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