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낡고 썩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극에 달하였고,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과 영세상인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한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요즘 민심이다.
불법대선자금을 수백억원씩 받았다는 사실을 듣게 된 서민들은 그 돈이 주로 선거운동에 쓰여졌다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들의 빈 호주머니 사정에 비추어 분개하게 된다.
대중심리는 불법정치자금을 적게 받았다고 너그럽게 보아주지 않는다. 오십보 백보 아니냐고 싸잡아서 욕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모든 정치인들이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앞으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제도개선 노력을 보여주는 것만이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불법정치자금을 많이 받은 정치집단일수록 제도개선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면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그 심판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5년 전에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겪었다. 그래서 우리는 재벌기업과 금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개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부실규모가 큰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과감히 퇴출시켰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재 직면한 정치위기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빨리 단행하면서 썩은 정치집단과 정치인들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새로운 정치질서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국민들은 IMF 경제위기를 신속히 극복함으로써 세계인들의 칭찬을 받았던 것처럼 현재의 낡고 썩은 정치구조를 새롭고 깨끗한 정치구조로 변화시킬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인들은 또 한번 한국인들의 저력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2004년은 우리가 정치개혁에 성공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금년의 한국경제는 수출이 두자리수의 증가를 보였으면서도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위축되어 3%에도 못미치는 저성장에 머물고 말았다.
그러나 2004년에는 5~6%로 경제성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이 내년에 경기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출여건이 좋아질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금년에 집권초기의 시행착오를 겪어 보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훨씬 성숙한 자세로 경제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경제시대에는 외국인투자가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에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금년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투자가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북한핵문제, 정치불안, 노사불안 때문이었다. 내년에는 북한핵위협이 6자회담을 통하여 잘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치 사회 불안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므로 외국인들이 한국투자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내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정치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정치안정은 누가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 것인가.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지 않으면 정치안정이 되는 것인가?
그 해답은 여야 구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야당세력과 소수의 여당세력으로 국회가 구성될 때 정치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속성상 야당세력은 정부를 견제하여 차기 집권을 해보려는데 정치활동의 근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번창하면 야당의 집권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통하여 여당이 안정세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정치안정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선택은 국민들이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의 어려운 경제가 내년부터 호전되기를 기대한다면 안정된 여당세력을 먼저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정치가 안정되지 않은 나라에서 경제가 잘 되는 예를 찾기는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내년에는 경제가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만 정치불안 때문에 계속해서 어려워진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2004년은 정치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정치안정이 노사안정으로 이어져서 경제도 회생되는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강봉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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