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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벽돌공의 행복과 성공

한 여름 뜨거운 햇빛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세 명의 벽돌공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첫 번째 벽돌공이 대답한다. "나는 공사 감독의 지시대로 벽돌을 쌓고 있소." 무표정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다. 전원을 켜면 돌아가고 끄면 멈추는 기계처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다. 아무 의욕도 비젼도 없다. 감흥도 재미도 창의의 고민도 없다. 그저 말없이 일 할 뿐이다.

 

두 번째 벽돌공의 답변이다. "나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일당 10달러 짜리 노동으로 벽돌을 쌓고 있소." 그의 표정에는 불평불만과 짜증이 가득하다. 시간은 지루하고 몸놀림은 무겁다. 무더운 날씨도 뜨거운 햇빛도 그에게는 불만이고 공사감독의 지시나 건설회사의 방침도 비판의 대상이다. 그에게는 언제나 근무조건은 나쁘고 임금은 낮을 것이다.

 

세 번째 벽돌공이 대답한다. "나는 역사에 남을 훌륭한 성당건축을 위해 벽돌을 쌓는 중이오." 그의 검은 얼굴에는 의욕과 만족이 넘쳐 난다. 눈빛과 목소리는 맑고 힘차며 그의 손놀림은 정성스럽다. 언젠가 중공될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에 그는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그런 성당신축에 참여하는 것이 그에게는 행운이고 축복이다. 더 좋은 성당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벽돌을 쌓아야 하는지 항상 연구하고 이에 대해 동료들이나 공사감독과 대화하고 토론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모나 가정환경 또는 국가나 고향을 자신의 자유의사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이나 직장 또는 직장 안에서의 업무도 이와 흡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주어진 직업과 직장에 묶이게 되고 주어진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위대한 정치가나 훌륭한 기업가 또는 유명한 학자나 언론인 예술가 연예인이나 체육인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들을 누구나 다 이루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대부분은 사실 어린 시절의 꿈이나 희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삶이 다 행복하거나 성공적인 것이 아니듯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다 불행하거나 실패한 것이 아니다.

 

꼭 같은 조건에서 꼭 같은 일을 하는 세 명의 벽돌공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하고 성공적인 것인지를 말해준다. 그들의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또 그 꿈이 이루어 졌는지의 여부는 이제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현재를 사는 삶의 자세 그것이 오늘의 행복과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이들 세 사람은 꼭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인가. 누가 더 직장과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누구에게 더 많은 기회 그리고 더 크고 무거운 책임과 과업이 주어질 것인가. 직장과 지역사회의 후배들에게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어떤 조직이나 지역사회의 발전과 번영 또한 그 구성원 가운데 어떤 벽돌공이 많으냐에 달려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벽돌공이 많으냐 세 번째 벽돌공이 많으냐에 따라 그 직장이나 지역사회가 판이한 모습을 보일 것임은 자명하다. "지킴ㆍ나눔ㆍ돋움"의 일등도민운동의 취지도 그런데 있을 것이다.

 

활력과 생명력이 샘솟고 감사와 기쁨의 감흥이 흐르는, 그 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상큼한 바람이 인습과 타성, 탐욕과 나태, 질투와 반목의 묵은 때와 먼지를 쓸어내고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성당의 희망과 꿈을 키우는 그런 직장 그런 지역사회를 만드는 벽돌공들 가운데 하나이고 싶은 마음이 새해를 맞이하여 더욱 새삼스럽다.

 

/전북농협 본부장 고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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