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치의 계절이 다가 왔다. 정확하게 앞으로 76일 후면 17대 총선이 실시된다. 정치에 뜻을 둔 많은 입지자들의 행보가 부산하다. 일찍이 뜻을 세워 표밭갈이를 해온 정치신인들이 있는가 하면 느닷없이 고향이라고 찾아와 낯내기에 열심인 전직 고관대작도 있다. 모두의 허리가 90도로 꺾인지 오래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정은 아직 심드렁하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비전으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것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정치는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칭 정치가연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래 바로 이런 사람이야.” 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 쉽게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다.
심드렁한 유권자들 표정
때 만난 메뚜기 떼처럼 요즘 리서치라는 이름의 여론 조사가 유행이다. 난데없이 가정집에 전화가 걸려오고 ○○○씨를 아느냐 거나 ×××씨를 지지하느냐는 식의 여론 떠보기도 한창이다. 사회적으로 계량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쉽게 판단이 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대부분의 민초들에게 정치는 호구지책 다음 차례다. 아니 정치적이라는 말 자체가 냉소적으로 들릴 정도로 관심 밖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정치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알게 모르게 그 판에 흡인돼 가는 게 지금 판세다. 그래서 사람은 본디 정치적 동물이란 말도 성립되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정치판을 좌우하는 것은 지역 정서다. 그 지역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면 그 지역 정서가 어떤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그 중심에 전북이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세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게 지금 전북정치 현실이다. 집권여당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이나 황색깃발만 들어도 표밭을 휩쓸었던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민심 잡기에 혈안이된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변화와 개혁을 위해 중진들의 용퇴가 바람직하다는 당내 여론에 시달리고 있고 우리당 역시 뚜렷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양당의 중진들은 모두 우리지역 대변자로서 손색이 없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다. 적어도 정치적 위치는 그렇다. 그러나 과연 지역 유권자들의 생각도 그럴까? 정동영의원은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소장파들의 주장에 몰려 있고 김태식의원 같은 경우는 이제 은퇴 할 때가 된 노장으로 가닥 잡혀 당내입지마저 튼튼하다고 볼 수 없는 처지다. 그들을 두고 유권자들의 평가도 제 각각이다. 오히려 이름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는 의원들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당내 기반보다 지역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다. 그들이 지닌 케리어 만큼 중뿔나게 지역구를 위해 해놓은 일이 무엇인가. 유권자들은 중앙정치무대에서의 명성보다는 지역구에서의 정치적 역할 수행을 더 희망한다. 그게 대의정치의 본질이기도 하다. 지역을 아우른후 중앙을 제패 하는게 순서 아닌가.
수많은 정치 신인들의 동태도 고만고만이다. 무슨 연구소니 무슨 포럼이니 해서 활동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기서 하는 일이 무언가. 기껏 자기 매명(賣名)이나 지역 현실 꼬집기 외에 표나게 해놓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제제다사(濟濟多士)들이거나 장삼이사(張三李四)거나 목표가 한가지면 성취도 외길이어야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가 제자리 찾기 힘들자 무엇 입네 하고 객기 부리는 것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내기는 힘들다.
덕목과 신의와 비전이 있어야
민초들은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속셈으로 평가를 나름대로 한다. 누가 어떻게 지역을 위해 일해 나가야 할지를 보는 눈이 나름대로 다듬어져 있다는 말이다. 때되면 나타나 한바탕 휘젓고 다닌다고 모두 한무더기로 정치인 대접하는 시대는 아니다. 정치인이면 정치인답게 갖춰야 할 덕목과 신의와 비전으로 유권자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치가와 정치꾼을 구분하는 눈은 오랜 경험으로 민초들도 축적하고 있다...
언론인 김승일씨는 전북일보 기자로 출발하여 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제작국장을 거쳐 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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